cover photo: Caroline Attwood on unsplash
글쓰기와 먹고사니즘에 관한 짧은 기억들
약 10여 년 전 평범한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아마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수업 시간이었던것 같다. 같은 반의 친구 중에 한명이 본인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여서 국문과나 문예 창작로 진학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수업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는것을 업으로 삼지 말라 하셨다. 정 글 쓰기가 좋으면 국어 교육과를 가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단호 했다. 돈을 벌 수 없으니까. 이런 말을 하셨던 분은 학년부장 선생님으로 전공이 국어교육과였다. 그 친구는 결국 경영학과를 진학하였고 그 뒤로는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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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는것은 대개 성공하기 어려운 것, 밥벌이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비쳐지곤 한다.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달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는 세계이다 보니 그런것 같다.
몇 해 전 한 프로그램의 작가분이 생활고로 인해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서 접했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10여 년 전 학년 부장 선생님의 조언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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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에서 이런 내용의 문장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는 역사상 예외적으로 아주 낮은 문맹률을 유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로 인해서 전 세계에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영상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반인들이 나타난 것이다.
요즘 10대들은 맛집을 찾을 때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보단 유튜브에서 검색을 한다고 한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활자보다는 영상소비가 더 익숙한 세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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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진학해 일정한 수익이 없어질 '나'와
월급 외 수익 창출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만나서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온라인에 글을 써서 돈을 벌려면 브런치는 적합하지 않아. 셀프 브랜딩용이라면 모를까."
그도 그럴것이 티스토리는 애드센스를 통해서, 네이버는 애드포스트를 통해서 블로거들에게 소소하지만 어느정도 경제적인 rewarding을 하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는 홍보성 글을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블로그들과는 차별화 되는 플랫폼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진짜 작가가 되어 출판을 하는것 외에는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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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돈 벌이가 되지는 않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세상에 내놓는 플랫폼으로는 브런치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를 쓰더라도 블로그에 쓴다면, 나의 글들은 지금과 같은 결을 유지 할 수 없을것이다.
아마 '잇님들 안녕하세요~! ㅇㅇㅇ이에요! 요즘 유행하는 ㅇㅇㅇ 해보셨나요?!'라는 식으로 첫 문장을 시작할거다. 그리고 그 문장들의 뒷따르는 글들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나와는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누군가처럼 말이다. 결국 나는 나와 결이 잘 맞는 브런치에 글쓰기를 계속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