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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정쌤 Nov 01. 2020

5살 같지만, 할 말 다하는 영어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영어는 좀... 초등학생 같아요."


종로 YBM에서 토익스피킹 강의를 하던 시절 이야기다. 수업을 하는 도중 학생의 답변이 너무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전달력이 부족하길래 쉬운 표현으로 첨삭해주었더니, 학생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사실 그 학생이 답변을 하면, 다른 학생들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 어려운 단어 때문에 나조차도 그 학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딸이 한국말하는 만큼도 영어를 못하는 것 같아."


5살 즈음의 딸을 키우고 있던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딸은 5살이 채 안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데, 정작 10년 이상 영어공부를 했던 자신은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못한다고 한탄을 한 것이다. 이 친구는 국내 대기업에 10년 이상 재직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토익스피킹 점수를 받아 평생 영어시험 면제를 받은 친구이다. 


"영어단어의 뉘앙스를 미국인처럼 구별할 수 있게 영어회화를 하고 싶어요."


나도 미국에서 직접 영어를 배우기 전에는 미드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영어를 말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회사도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직접 건너갔던 것이다. 원래는 최소 2년을 계획하고, 아르바이트 등은 생각도 하지 않고, 하루 24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배우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계획했던 2년에서 6개월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 반 만에 영어를 마스터해서 돌아온 거냐고? 내가 1년 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던 이유는 미국에서 2년 혹은 그 이상을 산다고 미국인처럼 영어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1년 반 동안 배운 영어로 충분히 내가 원하는 말은 할 수 있고, 이 정도면 내가 한국인으로 필요한 영어는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오고 이틀 후 바로 토익시험을 신청했고, 97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 토익용 단어를 따로 암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점까지는 받지 못했다. 그 이후 토익스피킹 시험 레벨 8 200점 만점, 그리고 오픽도 최고등급 AL을 받았다. 최근에는 호기심에 9급 공무원 시험도 응시했는데, 어휘, 문법, 독해 1문제씩 총 3문제를 틀려 85점을 받았다. 문법은 품사를 헷갈려서 실수한 게 못내 아쉬웠다. 나머지 과목은 당연히 30점도 못 받았다.


토익이나 공무원 영어시험의 경우, 시험과 관련된 어휘를 따로 암기하지 않으면 어휘나 독해 문제에서 감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더라도 해당 시험과 관련된 어휘 암기가 필수다. 


그러나 토익스피킹 및 오픽 시험의 경우는 1년 반 공부했던 내 실력으로 충분히 만점을 받을 수 있었고,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남들이 봤을 때 미국인 같은 유창한 영어실력은 아니지만, 어쩌면 5살에서 10살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전달할 수 있고, 그래서 말하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라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대부분의 한국사람들 역시 이 정도의 영어실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영어실력을 만드는데도 적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만 잘 알고 공부한다면 또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다.


미드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영어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영어, 오늘부터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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