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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정쌤 Nov 01. 2020

오늘 신수가 훤하시네요.

사람을 주어로 놓고 [누가 뭐하지?]를 답변해 보세요! 

"오늘 신수가 훤하시네요."


29세 늦은 나이에 공대를 졸업했던 내가 갑작스럽게 영어강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이모부께서 저녁식사자리에서 들려주신 이야기다. 군대에 계셨을 때, 갑자기 통역장교가 휴가를 간 사이 미군 쪽에서 누군가가 방문을 하게 되었고, 갑자기 통역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모부가 그 자리에 불려 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첫마디가 "오늘 신수가 훤~하시네요." 당연히 첫마디부터 통역이 불가능하셨고, 그 이후는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기억나는 첫마디가 너무 궁금해서 나중에 통역장교가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직접 물어보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답변은 "You look fine, today!" 그 짧고 쉬운 답변을 들으시고, 영어는 정말 쉽구나 생각하셨다고, 그래서 공대를 졸업하고, 뒤늦게 건너간 미국에서 2년도 채 살지 않았던 나도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2년쯤 토익스피킹 강의를 하다가, 어느 날 궁금해졌다. 쉬는 시간이나 스터디 시간에 학생들이 자주 "이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하고 내가 금세 쉬운 단어로 간단하게 영어로 바꿔주면, 학생들은 놀라며 자기는 왜 이렇게 쉬운 문장이 생각이 안 나는지 아쉬워했다. 그리고 나 역시 "도대체 나는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쉽게 한국말을 영어로 바꿀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영어를 쉽게 하는 2가지 비밀이 있었다. 


첫째, "내가 그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해보자."

학생들은 흔히 질문할 때 "선생님 [쓰다]가 뭐예요?"처럼 자신이 모르는 단어만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체 문장을 알지 못하면 [use]를 알려줘야 할지 [write]를 알려줘야 할지, 아니면 [bitter-맛이 쓴]를 알려줘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 말하고자 하는 문장 전체를 알려달라고. 그럼 좀 더 정확하게 단어를 알려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장을 말할 때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 있을 때,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나는 바깥쪽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보통 안쪽에 앉은 사람이 먼저 내릴 경우 "저 좀 내릴게요"라고 하는데 갑자기 그 표현이 영어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안쪽에 앉은 사람이 내리려는 걸 알고도 모른 척 기다리며, 과연 나에게 뭐라고 할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사람은 "Excuse me?"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학생들이 질문하는 많은 문장들이 실제 상황에서는 그리 복잡하게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한국말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기보다는 내가 그 상황에 있다고 상상하면, 가끔 학생들이 묻는 황당한 문장들도 쉽게 영어로 바꿔줄 수 있다. 


두 번째, "주어를 사람으로 바꿔라."

사실 이 두 번째가 진짜 영어를 잘하는 비밀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오늘 신수가 훤하시네요." 이 문장이 쉬워진 이유가 바로 이 두 번째 팁을 활용한 예이다. 이 문장을 한글 그대로 신수가 뭐지? 훤하다는 bright?라고 생각한다면, 영영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이 문장에서 사람 주어는 "누구?" "너", 그러면 "네가 뭐하지?" "네가 좋아 보인다." 따라서 "오늘 네가 좋아 보인다, "라는 영어로 바꾸기 쉬운 문장이 나온다. 영어는 항상 [주어+동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질문은 사람 주어에 동사를 바로 연결해서 "누가 뭐하지?"라고 물으면 한결 수월하게 영어로 바꿀 수 있다. 영작이나 스피킹 수업시간에 항상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표현은 "You look good/pretty/handsome" 등등의 표현으로도 내가 원하는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그럼, 오늘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사람 주어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누가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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