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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정쌤 Nov 01. 2020

그는 바른생활의 사나이다.

정확한 표현이 가장 좋겠지만, 그 보다 의미 전달에 먼저 집중하자!

28살 1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영어강사가 되기 위해서... 온 가족이 다 반대했고, 친구들이 걱정했고, 회사에서도 한번 더 생각해도 된다고 모두가 다 말렸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5개월을 미국에서 보내고, 나름 영어강사 준비를 마치고 한국을 돌아왔다. 당연히 돌아와서 가족 다음으로 그동안 가장 친한 친구 집을 방문했다. 그 친구도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새벽마다 강남역에서 열심히 영어 수업을 듣고 있던 친구였다. 그녀 역시 어학연수를 가고 싶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중간에 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나를 보자마자 친구는 너무나 궁금했는지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는 바른생활의 사나이다'를 영어로 말해봐."


새벽반 영어수업에서 미국 드라마를 통해 배운 대사를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He is a smart and nice guy."


라고 답했다. 친구는 얼굴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친구가 수업에서 배웠던 표현은,


"He is a stand up guy."


였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 갈 때만 해도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영어를 하기를 기대하며, 회사까지 그만두고 갔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드라마 주인공이 하는 영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나 동시에 내가 원하는 말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도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자주 주변 사람들 그리고 학생들조차도 수업 초반에는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설명해 준다.


"영어 스피킹 수업인데, 기왕이면 미국 드라마 주인공처럼 슬랭도 잘 쓰고 발음도 좋은 선생님께 수업 듣고 싶기도 하겠죠. 근데 그 선생님은 같은 질문에 답할 때 1000개의 단어 중에서 골라 답변을 한다면, 나는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그래서 암기할 필요도 없는, 아주 쉬운 100개의 단어 중에서 골라 답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어려운 단어 1000개씩 더 암기해서 점수받을래요? 이미 알고 있는 100개 단어로 연습만 잘해서 점수받을래요?"


이것이 바로 5살 답변 같은 영어회화의 장점이다. 물론 이렇게 영어를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100%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영어의 목적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빠르고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내가 대화하는 상대가 항상 미국인이라는 보장이 없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멕시코 사람, 베트남 사람, 프랑스 사람과 대화한다면 오히려 쉬운 영어회화가 그들에게도 더 친숙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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