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행도 좋다
"나 여행 가고 싶어. 다음 여행은 꼭 같이 가자!"
고 말하던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고 같이 여행은커녕 연락마저 뜸해져 버려 없는 말이 되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동조는 했지만 솔직히 혼자 가는 여행은 즐겁다.
'여행을 혼자' 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로부터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는 다소 긍정적인(?)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소심하고 겁 많은 나는 단순히 내 여행을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 가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성스레 짰던 계획은 그 날 그 날의 느낌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어 버리기 일쑤고 새벽에 득달같이 길을 나서거나 느지막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변덕을 부리더라도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동선이 최악인 곳을 용기 있게 찾아갈 수 있는 건 여행길에 오른 게 온전히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눈앞에 펼쳐진 좋은 풍광들에 감탄이 나올 때 나는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떠오르곤 했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갔던 여행들도 모두 좋은 여행이었다.
엄마는 아직도 여행 프로그램에서 대만의 모습들이 나오면 3년 전 같이 갔던 대만 여행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TV에 나오는 저기는 우리가 갔던 곳이 맞는지, 그때 갔던 맘에 들었던 곳들과 맛집에서 줄 서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 이야기 등등. 실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곳곳에 진동했던 취두부 냄새, 줄곧 옆에서 성질을 부렸던 내가 있었음에도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건 잠깐잠깐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뿐이다.
대학 선배들과 더운 날 고생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경주(아, 경주는 정말 자전거로 여행할 곳이 아니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같이 여행했던 분들과 벤치에 앉아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눴던 프랑스... 문득문득 곁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는 건 분명 그들과의 시간도 무척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여행을 갈 것이며, 혼자 가게 되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이건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그저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