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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 Jul 20. 2018

똠얌꿍의 맛

익숙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우리말에서 좀처럼 쓰일 일이 없는 독특한 세 개의 음절 '똠', '얌', '꿍'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국적인 이름의 음식. 이름만으로는 재료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이 음식은 그 맛에 대한 평가마저 하도 여러 갈래로 갈리는 터라 그 실체도 확인하지 못하고 맛에 대한 두려움만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2년 전, 첫 방콕 여행을 앞두고 쿠킹스쿨 일정표를 마주한 채 한참 동안 고민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세 개의 메뉴를 직접 맛보고 요리해보는 과정이었으나, 이 악명 높은 똠얌꿍이 세 가지 메뉴 중 하나라는 것이 영 거슬렸다. 그렇지만 해당 날짜가 가장 시간이 맞았고 모닝 마켓 투어도 포함이 되어있어 아침에 시장에서 다 같이 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겁을 무릅쓰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픽업 차량을 타고 시장에 도착해 태국의 전통 음식에 쓰이는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장을 보러 나선다. 여러 과일, 향신료와 페이스트, 디저트 등을 구경하고 시식하는 재미도 굉장했다.

장 본 재료들을 주렁주렁 들고 오면 오늘의 요리가 시작된다. 독특한 향이 폴폴 나는 레몬그라스, 갈랑갈, 카피르 라임 잎과 소금을 육수에 넣고 한 소끔 끓여낸 후 버섯과 새우를 넣는다. 코코넛 밀크를 더하고 약간 저은 후 불을 꺼 열을 식힌 뒤 타이 칠리 페이스트, 피시소스, 라임주스와 설탕을 섞으면 완성.


선생님이 시범으로 완성한 똠얌꿍을 찔끔 덜어서 약간만 맛보았다. 피시소스에서 우러난 엄청난 짭짤함이 강렬한 첫맛을 선사하면 곧이어 라임주스의 상큼 새콤한 맛이 느껴진다. 칠리 페이스트의 매운맛이 점점 올라올라 치면 코코넛 밀크가 자극을 조금씩 덜하며 부드럽게 조화된다. 생소한 재료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맛과 향에 이미 익숙한 버섯과 새우의 맛 또한 훌륭한 것은 물론이다. '태국식 새우탕'으로 단순하게 칭할 수 없는 너무나 매력적인 음식과의 눈이 번쩍 뜨이는 첫 만남이었다.



첫 시식 이후 정성 들여 내가 맛 볼 똠얌꿍을 만들었다. 갖가지 재료에서 우러나온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도 면을 넣어도, 그저 이 자체로만 후루룩 마셔도 그만이었다. 이 맛있는 음식을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까? 남들의 말만 듣고 내가 만들어낸 선입견 때문에 어쩌면 똠얌꿍을 평생 맛볼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처음 주문해보고, 가기 힘든 장소에 부득불 가보는 이런 사소한 도전들로 내 여행은 조금씩 더 풍요로워질 것임이 분명하다. 고작 똠얌꿍 한 그릇의 경험에 도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민망하지만.


올해 쿠킹스쿨에서 직접 만든 요리와 대접해주신 디저트


똠얌꿍은 태국에서 일상에서 흔히 먹는 김치찌개 같은 음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와서 똠얌꿍이 생각날 때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번쩍이는 인테리어로 둘러싸인 태국 음식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었다. 

이번 태국 여행에서는 여러 식당의 똠얌꿍도 실컷 맛보았고 고메 마켓에 들러 똠얌꿍 키트도 한가득 사 왔다. 한국에서도 그 생소하고 매력적인 맛이 떠오를 때마다 하나씩 찬장에서 꺼내어 열심히 만들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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