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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 Oct 04. 2017

방콕 대신 치앙마이

썽태우에 적응해야만 한다

여행하는 데 있어서 징크스 같은 건 정말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갈 예정이었던 여행지에 좋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는 사태가 꽤 있었다. 올해는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 편을 끊어놓고 설마 이번에도, 하는 마음이었는데 최근에 정말 테러가 발생했다(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방콕 여행을 계획하던 때가 2015년, 에라완 사당에 이어 사판 탁신 근처에서 연이은 테러가 일어났고 급히 치앙마이로 행선지를 바꾸게 되었다. 내 모든 여행 준비는 방콕을 위해 착착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치앙마이에 갑자기 없던 관심을 가져야 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태국으로 가는 비행 편을 취소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그러나 돈므앙 공항에서 한 번 더 비행기를 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선데이 마켓에서 본 썽태우


예기치 못하게 바뀐 새로운 행선지에 대해 알아보니 치앙마이의 주요 교통수단은 썽태우라는 것으로, 반짝거리는 빨간 자동차가 사람들을 이곳저곳으로 실어 나른다. 썽태우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1. 길거리에 정차되어 있는 썽태우 발견!

2. 기사 아저씨와 흥정

3. 여러 사람과의 합석은 자연스러운 일


지하철처럼 구간별 금액이 깔끔하게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여행경비 중 교통비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지가 곧 썽태우 기사의 양심에 달려있다니. 타본 적도 없는 방콕의 BTS가 갑자기 그리웠지만 썽태우에 적응해보기로 했다. 


사진 1) 썽태우의 뒷 좌석은 운전석과 분리되어 있다. 
사진 2,3) 뒤가 시원하게 뚫려있기 때문에 다치려고 맘먹으면 얼마든지 다칠 수 있다(?)
사방으로 통풍이 되는 관계로 흙먼지가 마구 들어온다.


아침 일찍 도이수텝을 보러 가는 길, 생각지 못하게 길을 걷던 중 숙소 근처에 정차되어 있던 썽태우의 기사 아저씨가 여기에서부터 태워주겠다며 먼저 제안을 했다. 조금 더 비싼 돈을 내고 에어컨이 나오는 조수석에 앉아 도이수텝으로 가는 길을 구경했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도이수텝으로 가는 길은 무척 높고 경사진 길이었다. 기사 아저씨의 오른쪽을 보세요~ 왼쪽을 보세요~  가이드에 맞춰 구불구불한 길을 갈 때마다 요리조리 보이는 치앙마이의 전경을 구경하면서, 그리고 이런 도로를 자전거 하나로 올라가는 서양인들에게 경외심을 가지며 마침내 도착했다.



도이수텝 구경을 마치고 다시 줄지어선 썽태우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모두 좌석을 채울 때까지 출발을 기다려야 했는데, 슬슬 아침 일찍 시작한 관광의 피로가 덮쳐와서인지 그 흔들리는 속에서도 봉을 잡은 채 쿨쿨 자면서 갈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자느라 내리지 못한 나를 다른 분들이 웃으며 깨워주었다.


치앙마이의 기억 절반은 덜컹거리는 썽태우 안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 편하지는 않지만 투박한 매력의 썽태우는 치앙마이에 대해 받았던 인상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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