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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 May 14. 2018

시체스 해변에서

멍하니 있어도 좋은

바르셀로나에서 외곽으로 기차를 타고 나가보기로 했다.

몬세라트나 지로나 같은 다른 지역까지 빠짐없이 갈 계획을 세웠지만 첫날 너무 힘이 빠진 탓에 점점 하나씩 계획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지만 시체스만큼은 가 보고 싶었다.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멍하니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달린 기차는 점차 시체스 부근에 도착하면서 눈부신 해변가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지났지만 아직 추워지기에는 이른 계절, 한산한 해변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던 것인지 대부분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고 나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관광객들만 보였다. 

한적한 골목길에 늘어선 가게들을 구경하던 중 갑자기 손등에 새똥이 떨어졌다! 옷에 떨어졌다면 닦아내면서 묻거나 번졌을 텐데 살에 떨어져서 다행이라 해야 하는 것인지... 강렬한 햇빛 덕에 금방 바짝 말라버린 새똥을 떼어낼 수 있었다.


비록 시체스에서의 시간이 새똥으로 마무리되어 버렸지만 시내를 떠나 바다도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느낀 시간이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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