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문방구를 하고 싶었다> 출간하다
드디어 기다렸던 책이 출간되었다. 『이대로 문방구를 하고 싶었다』라는 에세이집. 제목 그대로 6년 반 동안의 문구점 생활을 담은 책이다.
시작은 이랬다. 작년 초, 코로나가 처음 시작할 때 한 출판사에서 브런치를 통해 연락이 왔다. 브런치 알람을 보고, 곧바로 메일을 확인했다.
다름이 아니라, 브런치에 연재중이신 '문중일기'를 보고 작가님께 출간 제의를 드리고 싶어서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요새 문구에 대해 다룬 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에 문방구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고, 그러던 중 작가님의 브런치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담담한 필체로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통찰력 있게 써내려간 선생님의 '문중일기'를 보고, 저희 내부에서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이에 선생님께 '문중일기'의 출간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놀랐다. 문구점 이야기로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해보지 않았다. 두어 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지만, 장렬히 떨어졌다. ‘음. 역시 내 이야기는 그리 큰 메리트가 없구나.’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출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책이 나오게 된 브런치글과 비교해보면, 내 글은 풋내기 아마추어의 글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옅어지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내고, 며칠 후 출판사에서 미팅을 가졌다. 메일을 보내신 편집자님과 출판사 대표와의 미팅이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너무도 쉽게(?) 책으로 내보자고 결론이 났다.
아직 책에 들어갈 내용이 많이 부족해, 문구점에 대한 글을 틈틈이 썼다. 대전에 있던 나는 주로 메일로 편집자와 소통했다. 편집자님은 디테일하게 나의 글을 점검해 주었고, 잘 썼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작업을 하던 중,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매출이 너무 떨어져 결국 문구점 폐업을 결정하고, 다른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더 이상 문구점을 하지 않는데, 문구점에 대한 책을 내는 게 의미가 있을까?
다행히 출판사에서는 그래도 내 보는 게 낫겠다고 연락을 주셨다.
선생님이 많은 부분을 열심히 써서 주셨는데 이것 때문에 접으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오히려 팬데믹 때문에 문구점을 접게 되었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폐업에 대한 글을 세 꼭지 써서 최종적으로 원고를 보냈다. 나는 폐업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사까지 했으니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었다. 일에 적응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출판사와 계속 원고 조율을 했고, 8월에 완전히 원고를 넘길 수 있었다.
제목을 어떻게 지을지, 책 표지는 어떤 식으로 할지 중요한 것들을 정했고, 저번 주에 따뜻한 책이 나왔다.
사실 첫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출간은 내가 쓴 첫 책처럼 더 기뻤다. 맨땅에 헤딩하듯 고군분투했던 초보 자영업자였던 나. 그런 내가 땀으로 썼던 글이었기 때문이다. 7평도 안 되는 조그마한 문구점에서 일어났던 일을 역시 조그마한 그곳에서 썼던 생생한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에세이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종이 나오는 에세이 홍수 속에서 내 책은 별볼 일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6년 반의 삶을 정리하는 하나의 이정표 같은 책이다. 한편으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했는지,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고군분투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별 관심을 갖지 않던 내 브런치의 글을 주의 깊게 보고, 연락 주고, 2년여 동안 함께 고민했던 출판사가 내 책 때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에세이 작가로 조금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더 진실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을 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