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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Lee Jun 13. 2022

"우와, 도서전 재미있다!"

아빠와 아들, 책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다

6월 5일, 일요일. 현충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보내고 있다. 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부모 탓에 연휴 내내 집에 있는 선우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디든 가야겠단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했다. 한창 검색하다 “여기다!”싶은 곳을 발견했다.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게다가 오늘까지란다. 10여 년 전 갔었던 도서전을 선우도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선우를 핑계로 내가 가고 싶었던 것일까)     


일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빨리 옷을 갈아입고, 선우와 집을 나섰다. 코엑스까지 곧바로 가는 광역버스를 놓쳐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다음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 몇 달 만에 온 서울이지만, 몇 년 만에 온 것처럼 낯설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그랬나 보다. 들어가려는데, TV에서 봤던 싸이의 큰 말춤 동상이 우리를 반겼다. 여러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싸이를 좋아하는 선우가 지나칠 리 있나. 다양한 포즈로 사진 찍고 드디어 입장.     


선우가 점심을 안 먹어, 제일 빨리 먹을 수 있는 KFC에서 버거 하나를 사주었다. 햄버거 하나에도 행복해하며 먹는 선우를 보니, ‘애는 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햄버거를 빨리 해치우고, 국제도서전에 갔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현장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섰다. 다행히 줄은 금방 줄어 티켓을 사서 입장했다. 전시장에도 사람이 많았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사람들이 집에서 다 뛰쳐나왔나 보다. 아니, 단군 이래 최대의 출판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출판사마다 정성스럽게 만든 부스가 쭉 이어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선우는 어리벙벙한 표정이다. 어린이출판사 쪽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한 부스에서 선우를 부른다. “유 퀴즈~”      


선우는 놀라며, “예~”하며 퀴즈를 풀었다. 한국역사였는데, 아이 수준에 맞는 쉬운 문제여서 선우는 약간 고심하면서 정답을 맞추었다. 선물은 경주의 문화재를 그린 아기자기한 스티커였다. 평소에 체험 활동을 좋아하는 선우는 이 퀴즈 이후로 기분이 완전 업됐다. “우와~ 도서전 재밌다”를 남발하며, 저쪽도 가보자며 나의 팔을 끈다.      


전시장 안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가보니 책과 관련된 강연을 하고 있었고, 강연자는 무려 뮤지션 장기하였다. 좋아하는 가수였기에 가까이 보려 앞으로 갔다. 선우도 ‘싸구려 커피’등의 노래를 알고 있어 장기하를 만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와! 나 연예인 처음 본 거네!”하면서 눈이 커진다.      


이후에도 부스를 돌며, 책을 구경하고, 공짜로 나눠주는 굿즈도 받았다. 평소에 주의 깊게 읽었던 작가인 김훈, 정유정 씨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까. 슬슬 다리가 아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걱정됐다. “집에 갈까?”라고 물으니, 선우도 좀 지쳤는지 “예”라며 가자고 한다.     


다행히 버스가 곧바로 와서 집에 빨리 도착했다. 나는 뻗었는데, 선우는 갑자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뭐하냐고 물으니, 일기를 쓴단다. 아니, 그렇게 쓰기 싫어하는 일기를 쓴다고?  까먹기 전에 써야 한단다. 특유의 악필로 몇 줄 끄적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다음에 또 가자

선우가 책을 좋아하길 바란다. 내가 선우 나이였을 때,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신 유년 시절의 나. 그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었던 것은 책이었다. 지금까지 변함 없이 내 곁에 머문 것도 책이었다. 굳이 진부한 표현을 들자면, 책은 변함없는 나의 친구였다. 선우 역시 책이 주는 충만한 것들을 맘껏 느꼈으면 좋겠다.      


나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찾은 도서전이었지만, 선우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뿌듯하다. 간만에 아빠 노릇 잘한 것 같다. 선우야 이런 데 많이 가자. 아빠가 요즘 많이 화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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