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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Lee Jan 13. 2024

글 쓸 결심하셨습니까?

[에.이.쓰 3] OTT와 에세이 글감 찾기

흔한 주말 풍경. OTT를 켠다. ‘영화 뭐 볼 것 없나.’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린다. 친절하게 내 취향을 고려한 작품이 뜬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는 작품들의 리스트도 있다. <오징어 게임2>는 아직 안 나왔나? 이번 주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부터 몇십 년 전 고전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아~ 뭐를 봐야 주말 잘 쉬었다는 말이 나올까?      



에세이에 대한 글 중, 갑자기 웬 OTT? 반복되는 일상 중, 특별하고 중요한 사건을 꼭 집어내어 쓰는 게 에세이라고 저번 글에서 언급했다. 이 꼭 집어내는 작업을 한마디로 ‘글감 찾기’라 할 수 있다. 내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글감을 찾는 건 OTT에서 시청할 영화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이해가 안 되는 표정들이 보인다. “뭐가 비슷한데요?”     


글감을 찾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우선, 오늘 하루 내가 겪은 일을 쭉 훑어본다. 그중 쓸 것(글감)이 있을까 고심하며 찾는다. 영 쓸 것이 없다면, 미처 쓰지 못하고 지나갔던 과거(1주/1달/1년 전)를 돌이킨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계속 글감을 찾는다. 혹시 내가 놓쳤던 글감은 없었는지 신중히 선택한다. 한 가지 유의할 점. 찾기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OTT에서도 실제로 시청하는 시간보다 선택의 과정이 시간 더 걸리는 경우가 숱하지 않은가.      


일단은 확 다가오진 않더라도 그나마 괜찮은 글감이 있다면 해야 할 것이 있다. 결심해라. 글을 쓸 결심. 이 결심이 중요하다. 결심하게 되면, 다른 많은 글감들은 사라진다. 오직 내가 선택한 글감만 남는다(어떤 경우는 글감과 글감이 만나 새로운 글감이 나오기도 한다. 그건 나중 글에 다루겠다). 그때부터 내가 선택한 글감으로 글을 쓰면 된다. 왜 그 글감이 중요했는지. 그 글감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지금까지 어떤 생각과 느낌을 주고 있는지... 참 쉽지 않나?      


글을 쓸 결심이 중요하다. 일단 글감을 선택하면 그때부턴 뇌에서 그 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해 첫날 일출 본 것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이 흘렀어도 그때의 감격이 떠오를 것이다. 빌었던 소원이 떠오를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전까지 일출에 대한 느낌이 계속될 것이고, 머릿속으로 저절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구상된다. 일출에 대한 보조 자료를 나의 먼 과거에서부터 어젯밤 본 영화에서까지 샅샅이 찾는다. 머릿속으로 타이핑된 글을 노트나 노트북에 옮기면 그만이다.    

 

오늘의 결론. 무조건 쓸 결심을 (되도록) 일찍 하라. 글감 찾느라 쭈뼛하다가는 글 쓸 타이밍을 놓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십중팔구 내일로 미룬다. 내일도 쓴다는 보장은 없다. 모레로 넘긴다. 모레도... 그럭저럭 괜찮은 글감이 있으면 그것을 글감으로 선택해라. 그리고 쓰기 시작하면 된다. OTT에서 듣보잡이었던 영화가 오히려 인생 띵작인 경우 생각보다 많다.     


오늘, 글 쓸 결심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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