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물류센터 탈출기
사실 이 글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계속 머릿속이 간지러웠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부끄러워도, 마뜩잖아도 써야겠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물류센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몇 번 일용직으로 나가고, 매일 일하는 계약직으로 들어갔지만, 일주일 하고 그만둔 것이다. 1년도 아니고, 반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달도 아니고, 고작 7일이라니...
이유는 다양했다. 너무 더웠고(6월이었는데도 일사병 걸릴 것 같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일이 안 맞았고, 무엇보다 일을 마치고 다시 일하러 갈 때의 기분이 죽을 맛이었다. 야간 근무라 가족과 지인과 거의 만나지 못하는 고립감도 컸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고,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적응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쪽 일이 워낙 힘들다는 것을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잠깐 발을 담가 본 결과, 나는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거의 통보하다시피 퇴사의 뜻을 전하고, 물류센터 가서 사직서를 내고, 사물함 키와 사원증을 반납했다. 사직 절차는 10분도 채 안 걸렸다.
퇴사 후에 영 개운하지 않았다. 다행히 전에 했던 카페 일을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 나에 대한 실망감이 작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 하고 그만둔 것 아닌가. ‘남자가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잘라야지!’라는 말도 있는데... 아내의 눈빛과 말투도 달라졌다.
물류센터를 그토록 빨리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수십 가지 꼽더라도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비겁한 변명’이었다. 나는 아직도 가족을 생각하기보다 내 몸이 편하기만을(그 와중에 돈은 벌고 싶은) 원했다. 어엿한 가장인데도...
짧은 해프닝을 통한 교훈(?)도 (다행히) 얻었다. 세상은 절대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나이 오십을 앞두고서?). 그렇기에 앞으로 맞이할 인생 후반전을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에는 부디 다짐으로 끝나질 않길.
어제 7일간 근무했던 월급(주급?)이 들어왔다. 70만원이 좀 넘는 액수.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돈을 쭉 벌어왔지만, 어떤 월급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일했던(일하고 있을) 많은 사람의 굵은 땀방울도 기억난다. 나는 그들에 비해 얼마나 나약한가.
비겁한 변명 없는 삶을 다시 걸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