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환호를 지르는 이유

낭만사전 #15. 레고 / 블록 하나에 즐거워했던 시절

by Philip Lee

가만히 아이의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레고를 한다. 형 형색색의 블록들을 이리저리 맞춘다. 그러다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 부순다. 그런 작업(?)을 몇 번이고 계속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어떨 땐 자동차 소리 같고, 어떨 땐 비행기 소리 같고, 또 동물 소리도 낸다. 혼자 노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옆에서 해 줄 게 별로 없어서 편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싫증이 났는지 “나 레고 안 해!”하면서 다른 쪽으로 가서 정신없이 쌓여 있는 그림책으로 간다.


“이거 다 치우고 가야지!”


내 말은 무시한 채, 자기가 가고 싶은 쪽으로 가고 만다.


“에휴!” 결국 정리는 내 몫이다.


15.레고.png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바라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난다.

‘그래 나도 이렇게 레고에 환장한 적이 있었지....’


조그만 손으로 빌딩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기차도 만들었다. 어떤 만화에서도 본 적 없는 로봇도 만들었다.


내가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성취감. 그게 그렇게도 신기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나보다. 레고를 갖고 놀며,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나는 과학자였고, 동물원 사육사였으며, 철도 기관차였다.


지금... 지금은 어떤가. 내가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무언가가 되기 위한 조각 같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움직이는 조각... 무언가를 내가 주도해서 만들 수 있는 여건도, 마음의 여유도 찾기 힘들다.


그 때가 사뭇 그립다.


내 손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만들었던...

환호를 지르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나했던...

조그만 블록을 정성을 다해 쌓아갔던...


저쪽에서 다른 놀거리를 찾고 있는 아들을 부른다.


“레고 같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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