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 #24 / 어설픈 인생, 웃어 버리면 그만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연출가, CF감독. 이렇게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니... 근사한 경력이다. 오미야 에리. 그렇지만, 그녀의 삶은 좌충우돌, 중구난방.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사건을 일으킨다.
몇 개만 소개한다. 굳세게 마음을 먹고 단식을 하고, 숙변을 기다린다. 좋은 성과를 내보자고 같이 단식하는 사람들과 의기투합도 한다. 하지만, 단식 마지막 날. 그만 유혹에 빠졌으니...
“완전 단식이니 소금도 효소도 먹지 말아야 하는데....
맥주를 조금 섭취하고 말았습니다.” (32쪽)
느닷없는 음주의 고백에 모두들 아연실색.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또 있다. 술에 만취하고 나서 그녀가 저지른 행동은 기절초풍이다. 아끼던 노트북에 카레를 붓기도 하고, 집 문을 못 따, 들어가지 못하고 울기도 한다. 이처럼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그녀에겐 일상다반사.
그 외에도 맘대로 스키복을 리폼한 엄마와의 에피소드, 위기일발 장롱면허 탈출기, 평범해 보이는 도시락 이야기, 숭고한 인디언 의식에 참여한 이야기...
그녀의 웃픈 이야기를 보다보면, 마치 인기리에 방영중인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책의 곳곳에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한 번도 만나지도, 듣지도 못했던 일본의 싱글녀이지만, 그녀는 마치 나와 대화하는 것만 같다.
순발력이 부족하다. 여러분은 어떤가?
그때 왜 이런 말을 못하고 저런 말을 했을까 후회한 적은 없는지? (55쪽)
그녀의 이야기를 쭉 들으며, 지금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나 지하철은 늦게 오고, 아이와는 점점 서먹해져가고, 늘어나는 뱃살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그것뿐인가? 남들은 승진도 빨리 하는 것 같고, 집도 빨리 사는 것 같고, 좋은 기회를 잘 잡는 것 같은데... 나는 맨날 그대로인 것 같고... 이런 내게 사고뭉치의 오미야는 말한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이 사람도 실수를 하고 바보짓도 하고
수많은 좌절을 겪으며,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구나.
나도 분발하자’라고 힘을 내거나
‘이 사람도 참 어설프네. 되는 대로 사는 것 같군.
오히려 내가 낫다. 왠지 마음이 편해졌어’
하고 위로받으면 좋겠다. (201쪽)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다가 작가의 바람처럼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한 번뿐인 인생 뭐 그렇게 심각하게 살 필요 있나? 힘들어도 그냥 웃어버리면 그만이지...’ 또 다른 위로와 기쁨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도 이 말 한 마디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책의 제목.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