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23 / 이 시대를 말없이 바라보다
한동안 한국 소설(특히 단편)을 읽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문장들이 잘 읽히지 않았다. 근래 뛰어나다 평가받은 책들도 읽어봤지만, 단편 하나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이 책은 달랐다. 전에도 김영하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 사람이 이 정도로 글을 잘 썼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움직인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힘.
<아이를 찾습니다>는 소설. 아이를 잃어버리고 찾는 이야기. 어쩌면 뻔한 그 이야기를 비튼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그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찾는 그 순간, 어쩌면 더 큰 고통이 따를 수 있다니....
<신의 장난>. 힘들게 입사한 청년들. 방탈출게임에 들어가지만, 어떤 이유인지 빠져나올 수 없다. 영화 <쏘우>가 생각난다.
<오직 두 사람>,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까지... 인생의 지옥도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단편소설집의 모든 단편을 읽고, 이렇게 짧게나마 서평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작가는 4.16 사건 당시 썼던 <아이를 찾습니다> 이후, 삶이 둘로 나뉘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헛된 희망을 말하지도, 사탕발림의 위로도 전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모습을 그저 담담히 적는다. 그것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역설적으로 위로가 된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를 이해하고 있구나... 아마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문학에 어떤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어의 그물로
엮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해줍니다. 문학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독자 앞에 불려오고, 지금 쓰인 어떤 글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예감합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