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 28 / 모두가 함께사는 세상
길고양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꾀죄죄한 외모에 쓰레기봉지를 뒤지는, 도시의 불청객이 떠오른다. 혹은, 로드킬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지금과 같은 추운 겨울에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한없이 불쌍하기도 하다. 이런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고 먹을 것을 주는 캣맘이 있는가하면, 길고양이와 이런 캣맘까지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길고양이는 누구이며, 이런 길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런 막막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신간이 나왔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십여 년을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이용한 작가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같이 힘을 모은 것이다. 한국에서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3년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집고양이가 평균적으로 15년을 사는 반면).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생각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가진 인간이 더 많이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 (29쪽)
이 책은 길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상세히 알려 준다. ‘길고양이, 집사, 급식소, 꾹꾹이, TNR’ 등등 생소한 고양이 용어에서부터 고양이 신체의 비밀과 습성 등을 설명한다.
요즘 늘어나는 캣맘도 언급한다. 단순히 고양이 밥을 주는 것만이 캣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관리하는 일도 겸하며 심지어 TNR을 통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감정에 치우쳐 캣맘을 하다보면, 가족, 이웃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초보 캣맘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초보 캣맘이라면 가장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기준을 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봉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6쪽)
이 말이 공감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할 때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지켜 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그래야지 고양이에게도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는가.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실제적인 조언이 많다. ‘길고양이 TNR, 꼭 해야 하나요?’, ‘길고양이 밥 주지 말라는 공문이 붙었어요’, ‘고양이에게 해로운 음식들’, ‘급식소 주변 고양이의 배변 문제’, ‘입양계약서 작성해야 하나요?’, ‘길고양이로 인한 다툼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법’ 등 길고양이에 관한 A부터 Z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길고양이 뿐 아니라, 집고양이에게도 해당되는 팁이 많아 애묘인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책 마지막에는 고양이에 관한 명언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한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은 고양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다만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이 최선이다. (해리 스완슨 경)
길고양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해는 끼치지 않고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어느 샌가 길고양이는 우리들 곁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들과 함께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책의 제목처럼 인간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길고양이, 더 넓게는 인간과 다른 동식물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살기 좋은 세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