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 #29 / 내 방식대로 살면 되는 거야
옛 선조의 지혜를 한 문장으로 담아 전해져 오는 것을 ‘속담’이라 한다. 속담은 많은 힘이 있다. 속담 한마디로 여태까지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속담의 종류와 양은 많다. 그런데, 이 속담에 딴지를 건 책이 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저자는 속담을 비롯한 수많은 상식들과 충고들에 대해 의심해 보라고 권면한다. 여태까지 수없이 들어왔던 속담에 의심할 내용이 있나?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아는 체하고 떠든다는 뜻이다. 저자는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예를 들며, 옳은 일에 침묵하고 있던 자들에 대해 말한다. 거기에 더해 빈 수레에게도 남모를 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큰소리로 하소연을 하고, 더 큰소리로 화답을 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수다의 한판을 벌이고 나면, 그래도 막힌 속이 조금은 풀린다. 그리고 나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내일 또다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반복되겠지만, 우리는 수다의 힘으로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 (26쪽)
대화가 많아져 수다가 되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요란한 빈 수레도 꼭 필요한 것이리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우리가 많이 사용한 이 속담에도 저자는 다른 견해를 밝힌다. 이 사회가 너무 웃는 얼굴만을 강요하는 건 아니냐고.
세상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편해한다. 울고 있는 사람이나 화가 난 사람을 위로하는 일에는 함께 웃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57쪽)
아랫사람은 항상 웃어야 된다는 사회에 통용되는 상식이 있다. 이런 상식 때문에 윗사람의 갑질은 더욱 크고 대담해져 결국은 사회의 큰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웃음이 나올 때는 웃고, 울음이 나올 때는 우는 게 맞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참 당연한 말인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웃음만을 강요했던 것 같다.
속담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들어 왔던 여러 조언을 건드린다. 대표적인 것이 <공부에도 때가 있다>. 저자는 이 말이 공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이 말은 공부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때를 맞추어 해야 하는 공부는 어떤 공부인가. 그런 공부는 시험이나 자격, 학위를 위한 공부로,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다. 때를 맞추어 이루어야 할 어떤 것이 있기에 반드시 그때에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다. (105쪽)
저자는 진짜 공부에는 때가 없고,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 때부터 시험만을 위한 공부에 길들였던 나. 이제야말로 진짜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무언가 내 안에 답답했던 것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말은 그동안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보이지 않는 압박과 부담을 주었다는 뜻이리라.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이다. 충고는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충고에 사로잡혀 나답게 살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지 않을까.
세상의 충고, 정답, 상식에 나는 함몰되어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초월해서 나답게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