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27 / 마지막 우리가 잡아야 할 것
<인간극장>인가? 사라 크로산의 소설 『원(One)』을 펼쳤을 때의 느낌이다. 사회적이나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이 나와 굳세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리얼리티쇼를 보는 기분이랄까.
사람들은 우리를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서
우리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확연히 둘이었던 몸이
허리에서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52쪽)
이 소설은 흔히 샴쌍둥이로 알려진, 결합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쌍둥이중 하나인 그레이스가 보는 시선으로, 그레이스의 대화로 진행된다. 그런 면에서 낯설었다. 소재도 소재이거니와 주인공이 본 것, 느낀 것, 말하는 것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다니. 그레이스와 그녀의 쌍둥이 티피의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그녀의 집안은 온전치 않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는 계속 일을 구하러 다니고, 어머니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홈스쿨링 비용이 떨어져 그레이스와 티피는 일반 학교에 다녀야 한다.
“결합 쌍둥이로 살아가다니
정말 끔찍하잖아.
완전
최악이야.” (121쪽)
그레이스와 티피에게 정말로 힘들었던 것은 아픈 몸과 불편한 생활이 아니었다. 이처럼 괴물 보듯 자기들을 쳐다보는 남들의 시선이었다. 이들에게 학교는 따뜻한 안식처도 배움의 장소도 아니었다. 매일 나가야 하는 전장도 이 정도는 아닐테지...
친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했던 걸까? (75쪽)
그렇지만, 이들을 돕는 친구들도 있었다. 존과 야스민. 사실 존과 야스민 역시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존은 새아버지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고, 야스민은 에이즈 환자였던 것. 사회의 약자인 이들은 이렇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여기에서 소설이 끝난다면,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결합 쌍둥이들처럼 이들도 건강이 악화된다. 둘 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분리수술을 결심한다. 그리고, 모두의 우려 속에서 수술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티피를 잃은 고통이
뼈에 사무쳤다.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내가 잃은 것은 나였다. (457쪽)
절규에 가까운 그레이스의 울부짖음.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십수 년동안 ‘나’가 아닌 ‘우리’로 살아왔던, 늘 함께 붙어있던 티피가 이 세상에 없다니...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으리라...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히 묘사하거나 서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레이스와 티피, 야스민과 존의 대화들이 날것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분량은 길지 않아 금방 읽었지만, 마음의 떨림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나 역시 사회의 약자를 향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진 않았는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도 많았다. 누군가의 심장을 이식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그레이스. 그녀의 인터뷰는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다.
이제 곧
머지않아
다른 사람의 심장이
내게 이식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죽은 이의 심장이
나를 다시 살게 할 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470쪽)
아픔과 죽음, 슬픔, 분노가 가득 쌓인 소설이지만, 결국 이 소설은 사랑을, 그리고 희망을 드러내었다.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 금단의 상자를 열었을 때 황급히 닫아 ‘희망’만은 남았다고 한다. 많은 ‘그레이스’들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 가지만은 놓지 않길... 바로 희망이라는 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