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글쓰기3 / 어떻게 쓸까(1) 인용하기
어떻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에 주목한다. 문제는 이 ‘어떻게’에 함몰되어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잘 쓰고 못 쓰고는 두 번째 문제다. 일단은 쓰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나? 틀렸다. 시작이 전부. 첫 문장을 쓰기가 힘들다. 첫 단어를 쓰기가 힘들다. 일단 쓰면 (과정이 힘들고 더딜지라도) 다음 단어와 문장이 나온다.
나는 지금 책을 쓰고 있다. 가게를 하며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손님은 계속 드나들고, 집에 가선 피곤해서 쓸 몸과 마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쓰고 있다. 쓰면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 바로 예전에 읽었던 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읽었던 책의 구절이다.
나는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이나 좋은 문장을 워드로 쳐서 저장해 놓는다. 아니면 핸드폰으로 책의 구절을 찍어 놓는다. 본격적으로 책에 맛을 들인 지 7~8년 전쯤부터 해 온 습관이다. 책을 다 사서 본다면, 이 과정은 없어도 무방하지만, 책을 대부분 빌려 보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
읽을 때보다 워드로 정리하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도 피곤하다. ‘이거 정리할 바에야 차라리 다른 책을 읽는 게 낫지 않나.’란 생각도 든다. 읽고 정리하지 못 한 책도 많았다.
수 년 간 수고의 열매를 요즘 맛본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빈약하고, 확신이 안 설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리했던 책 목록을 쭉 들여다본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주제의 책을 발견한다. 그러면 파일을 열고, 쭉 책의 문장들을 확인한다. 신기하게도 읽고 잃어버렸던 책의 내용이 어설프게나마 떠오른다. 그중, 한 문장(혹은 문단)을 선택해 내 글에 삽입한다(저자와 책 제목을 쓰는 건 당연).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안성맞춤이다. 후엔 그것에 대한 내 생각과 느낌을 쓴다.
한마디로 인용이다. 내 빈약한 글을 풍성히 해 줄 뿐 아니라, 신뢰할 만한 저자의 책은 글에 신뢰감을 더한다. 인용이 넘쳐 나선 안 된다. 그저 양념 정도. 양념이 넘쳐난 음식을 생각해 보라. 확실히 말하지만, 남이 아닌 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나의 글을 쓰는 데, 인용은 꼭 필요하지만, 넘쳐 나선 안 된다. 과유불급. 더 많은 책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많은 재료가 있었으면 더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텐데...
인용을 하기 위한 책 내용 정리는 정답이 없다. 자기가 편한 대로 하면 된다. 나처럼 컴퓨터에 저장해도 되고, 손으로 써도 된다. 조그만 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놓는다 - 문학, 실용, 인문, 예술 등으로. 정리된 것을 쉽게 찾아서 적소에 인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알맞은 인용은 당신의 글을 맛깔나게, 풍성하게 할 것이다.
작가가 되는 데 책은 거의 백 퍼센트의 역할을 하죠.
오직 책만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듭니다.
- 김영하,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