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떻게 쓸까(2) 관찰하기
몇 년 전, 햇살 따뜻한 오후. 아이와 함께 산책했다.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아이가 놀라며, 말한다.
“와! 아빠, 저것 봐!”
순간, 놀라 황급히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는 말한다. “저기 나무에 감이 많이 열려서.”
“그래? 그렇구나.” 난 미지근하게 답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리는 건 당연한 건데...’라 생각하며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감을 봤을까? 나보다 키도 훨씬 적은 애가... 당연한 걸 보고 왜 아이는 그렇게 놀랐을까?’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아이는 보고 있던 것이다. 내가 훨씬 더 잘 볼 수 있었을 감나무를 아이는 본 것이다. 즉, 아이는 관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평소에 관찰하는 것이다.
나는 문구점에 있으니까 하루 종일 손님을 상대하고 물건을 판다. 그게 일상이다. 손님이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어떤 물건 있는지 묻는다. 그게 계속된다. 손님 중엔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도 있다. 친절한 손님도 있고 진상도 있다.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썼다. 동전을 던지듯이 내는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일,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줄 생일카드를 고르는 일, 눈깜빡할 새에 물건을 도둑질한 아이... 거창하진 않더라도, 별 얘깃거리는 아닐지 몰라도 그저 썼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난 일이고,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일이었기에. 굳이 어려운 말로 하자면 관찰했기에...
잘 관찰하는 일. 글감을 얻는 좋은 방법이다. 직장 동료, 출퇴근에 우연히 만난 많은 사람,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들도 잘 관찰하면, 좋은 글감이 된다. 어젯밤의 진한 숙취가 느껴지기도 하고, 승진을 하거나 좋은 차를 사서 올라간 입꼬리가 보이기도 한다. 이직과 결혼 등의 중요한 문제를 앞두고 짙어진 다크서클도 보인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면, 다른 것이 보인다.
가지에 풍성히 달린 과일, 깨진 보도 블럭 사이에 핀 풀꽃, 자기만의 언어로 재잘대며 날아가는 작은 새, 어느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푸른 하늘, 자기보다 두 배나 큰 먹이를 나르는 개미, 조금씩 색이 변하고 있는 나뭇잎,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원한 바람까지...
좋은 관찰이 좋은 글을 만든다. 평소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고, 관찰로 얻은 통찰(사소한 것도 괜찮다)을 글로 잘 옮기면 된다. 쓸 게 없다고 말하지 말고, 쓸 것을 찾아라. 의외로 많을 것이다.
관찰은 깊이 보는 행위이며, 이것의 특징은 무아성이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어떤 것을 응시할 때 의도를 갖고 볼 뿐만 아니라
그 움직이는 모습을 온전히 따라가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한다.
배철현, 『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