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떻게 쓸까(4) 서평을 쓰라
나는 작년, 서평을 48편 썼다. 재작년엔 59편을 썼다. 1월 1일, 한 해를 시작할 때, ‘올해는 서평을 이 정도 써야지’라고 계획하고 목표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한 편 두 편 쓰다 보니 이렇게 쓴 것이다.
이유가 있다. <서평단>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서평단의 임무는 말 그대로 서평을 쓰는 것이다. 많은 출판사가 정기적으로 서평단을 모집한다. 서평단에 선정되면, 출판사는 매달 신간을 보내준다(책 홍보 차원으로). 서평단은 책을 읽고, 자신의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 서평을 올리면 된다.
현재 두 출판사의 서평단을 하고 있다. 한 달에 적으면 2권, 많으면 4~5권의 책을 받는다. 책을 받을 때는 좋지만, 문제가 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서평을 써야 한다. 숙제를 받는 기분이다. 나와 출판사 간에 약속이 생긴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킬 시, 즉 서평을 늦게 올린다거나 아예 올리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긴다. 다음 번 서평단에 선정되지 않을 수 있고, 계속 안 올리면 도중에 서평단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써야 한다. 사실 쉽지만은 않다. 바쁘면, 쓰기는커녕, 제대로 읽지도 못할 때도 있다. 또, 나와 잘 맞는 책이면 좋겠는데, 나와 전혀 상관없는 책이 온다면 멘붕. ‘아, 이걸 어떻게 쓰지?’ 그런 책이 연달아 올 때도 있다. 그땐 정말 난감하다. 시간도 없는데, 책은 왜 이리 어렵고 딱딱한지...
그럼에도 서평단의 유익이 분명히 있다. 우선, 꾸준히 쓰게 된다는 것이다. 한 달에 3권이 온다 치면, 최소한 3편의 글은 쓰는 게 아닌가. 한 달에 3편이면 일주일에 대략 한 편은 쓰는 것이다. 서평만으로 꾸준히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다.
유익은 또 있다. 쓸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바쁜 것에 우선순위가 밀릴 때가 많다. ‘오늘은 써야지’ 마음을 굳게 먹다가도, 당장 다른 일이 생기면 쓰는 건 뒤로 밀린다. 문제는 이게 계속 된다는 것이다. 서평단을 하면, 출판사가 정해준 ‘데드라인’이 생긴다. 자연스레 데드라인이 의식되고, 그렇기에 쓰게 된다.
쓰다 보면, 습관이 생긴다. 써야 할 서평을 쓰고 나면, 다른 글도 쓰고 싶어진다. ‘다른 서평도 써 볼까. 다른 글을 써 볼까’.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야 한다. 그건 누구도 부인 못할 진리이다. 서평단은 많이, 그리고 꾸준히 쓰는 기회를 준다.
서평의 유익은 말할 필요도 없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넓혀갈 수 있다. 저자의 의견에 따를 수도 있고, 반박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글을 잘 쓰게 된다. 즉, 서평을 쓰며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다.
서평단을 하면, 나와 맞는 책, 안 맞는 책, 어려운 책, 쉬운 책 등 다양한 책을 만난다. 그러기에 독서 편식도 막을 수 있다. 독서의 폭이 넓어진다. ‘어. 이런 책도 읽어보니 괜찮네’ 실제로 나도 서평단을 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가 여럿 있다.
보통 6개월인 서평단이 부담스럽다면, SNS나 인터넷 서점에 올라오는 일회성 서평단을 신청해도 좋다. 물론 이때는 자기의 성향에 맞는 책이어야 한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받는 즐거움도 의외로 크다. 글을 써야 하는 부담을 이겨낸다면, 다른 책 서평단에 도전하고, 아예 기간이 정해져 있는 서평단을 도전해 보라.
꼭 서평단이 아니어도 좋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 글쓰기 모임을 시도해 봐도 좋다. 동네책방이 지역마다 있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다. 자신의 스토리 쓰기, 소설 쓰기, 시 쓰기, 서평 쓰기... 자신의 입맛에 맞춰 참여하면 된다.
결론이다. 서평단을 하든,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든, 자신과 굳은 약속을 하든, 글쓰기 공모를 하든, 써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그 부담이 쓰게 한다. 최대한 쓸 기회를 만들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글을 쓸 기회를 만들 것이다. 즉,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게 된다. 정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잘 읽을 수 있고, 또 깊이 읽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읽어야 책을 내 것으로 만들고, 책을 통해 나를 만들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읽은 책에 대해 서평을 쓰는 것입니다.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심화이고, 나아가 독서의 완성입니다.
이원석, <서평 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