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잽 무시하면 큰코 다친다

7. 어떻게 쓸까(5) 짧은 문장을 쓰라

by Philip Lee
복싱.jpg 연합뉴스에서 퍼왔습니다(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01&aid=0008321350)


복싱 경기를 즐겨 보진 않지만, 가끔 TV에서 하는 걸 보면, 나도 몰래 빠져든다. 두 사람이 동등한 상황에서 ‘주먹’만을 갖고 승부를 본다. 수없이 때리고, 맞고, 피하는 그들을 보면, 나도 링에 있는 것처럼 긴장된다. 흔들리는 상대에게 어퍼컷을 날린다. 짜릿하다. 마지막 그 한 방을 위해 수없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잽이다. 잽은 상대편 안면을 향해 빠르고 곧은 펀치를 뻗는 것을 말한다. 수준급 선수들은 일분에 수십 번 잽을 날린다. 아무리 맷집이 좋은 선수라도 잽을 계속 맞으면 흔들린다. 그렇기에 잽은 공격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공격뿐 아니라 방어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글쓰기 얘기하는 데 갑자기 복싱 얘기는 왜 하냐고? 문장을 짧게 써 보라는 것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내용도 좋았지만, 더욱 놀랐던 건 그의 문체 때문이었다. 소설의 대부분이 단문으로 되어 있는 것!


그때까지 난 소설에는 많은 묘사가 들어가야 하고, 그러므로 문장이 길어지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김훈은 달랐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등장인물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문제없었다. 배경을 묘사하는 데도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질질 끌지 않았기에 소설의 일촉즉발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쓴 글을 보자. 괜히 긴 문장들이 보일 것이다(물론, 길다고 무조건 잘못 된 건 아니다). 문장을 읽어보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어와 술어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내가 쓴 문장인데도 미로에 갇힌 것처럼 갑갑하다.

나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읽을 때는 어떻겠는가. 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한 문단을 놓치고, 결국 읽기를 포기해 버린다.


왜 이렇게 글이 길어질까? 생각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길어질 수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그것을 글로 표현하자보니 길어진다는 말이다. ‘생각날 때 안 쓰면 까먹잖아요. 빨리 쓰려고 하다 보니 글이 길어져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단 생각나는 것을 문장으로 쭉 풀더라도, 나중에 다듬어야 한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이 주로 긴 문장을 쓴다. 그럴 때에는 문장을 쪼개 보자. 두 문장으로 쪼갰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또 쪼개면 된다. 이렇게 많이 쪼개면 또 물을 수 있다. ‘그렇게 쪼개면 초등학생이 쓰는 문장처럼 단순해지지 않나요?’


잊지 마라. 글을 쓰는 첫 번째 목적은 (누군가가) 읽도록 하는 데 있다. 단순해야 읽힌다. 아무리 문장이 좋다 하더라도 긴 문장이 계속 되면, 지루해지고 지친다. 유명한 소설가들도 처음엔 화려하고 유려한 문체로 글을 쓰다가, 점점 단순하고 짧게 글을 쓰지 않나.

짧게 써라.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더 짧게. 짧은 문장을 쓰면, 그 문장이 또 다른 문장을 부른다. 결국 실마리가 풀리듯 한 편의 글이 써진다. 잽 한 번으로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 마지막까지 꾸준히 잽을 날렸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수많은 잽이 있기에 어퍼컷이 효과를 보고, 끝내는 경기를 이긴다.

단순함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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