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중일기 07화

그래, 오늘 이만큼 벌었구나

자영업자는 언제 쉬는가? (2)

by Philip Lee

지금은 주말에 일하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남들 쉬는 주말에 일한다는 게 썩 마뜩치 않았다. 물론, 평일보다는 늦게 열고, 일찍 닫는다. 손님도 많지 않아 힘들지는 않지만, 이건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이란 내게 평일의 연장선이었다.


깔깔 웃으며 문구점에 오는 가족을 보면 왠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에휴, 저렇게 주말에 가족끼리 잘 다니는데, 난 오늘도 일하는구나. ‘명절 연휴가 좀 짧았으면, 임시 휴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차차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자기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입’에 100% 책임이 있다. 문을 연 시간만큼 돈을 버는 것이다. 열 시간 열면 열 시간 치 버는 것이고, 여덟 시간 열면 여덟 시간 치 돈을 버는 것이다. 너무도 정직하다.


직장 다닐 때는 아프면 월차나 반차, 휴가를 사용해서 병원에 가거나 집에서 쉴 수 있었다. 주말에는 특별한 일 없으면 쉬었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아파도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주말에 몰려 있던 경조사는 못 지킨 지 오래다(맘 넓은 지인들이 용서해 주고 이해해 주길).


저녁 장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수입 결산을 한다. 100원, 500원(가끔 50, 10원도)이 가득하다. 몇 달은 주머니에 접혀 있던 것 같은 꼬깃꼬깃한 지폐도 수북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치열하게 살았음을 느낀다. 하루의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나 자신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그래, 오늘 이만큼 벌었구나’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감정이 중요했다. 이것 때문에 ‘문구점 그만할까?’라는 마음을 꾹 누르고, 꾸역꾸역 4년 동안 지속했는지 모른다.


직장 다닐 때는 이런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도 감사하긴 했지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달 일하고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들어 왔네’하고 지나쳐버리기 일쑤였다. 비슷한 액수로 매달 들어오니까. 다음 달에도 그만큼의 돈이 들어올 거니까...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 쉬고 있다. 적응이 되어 주말에 일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미드 보기, 독서, 글쓰기)을 하며 나만의 주말을 보내고 있다. 주말 저녁은 유일하게 한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쉬는 날이 별로 없는 만큼, 쉴 때는 잘 쉰다. 가까운 곳에 바람 쐬러 가기도 하고, 집에서 밀린 잠을 자기도 한다. “다음 달에는 어디로 놀러 갈까?” 아내와 얘기하며 설렘을 갖는 것은 자영업자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일요일. 변함없이 가게를 연다. 오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볼까? 우선,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크게 들어야겠다. 나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keyword
이전 06화일요일, 문 안 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