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중일기 05화

장사는 쉬운 게 아니야

문방구의 보편적 일상 (4)

by Philip Lee

4~5시.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저녁 먹기 전. 등교 시간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때도 제법 바쁘다. 내일 준비물을 사러 오는 아이들 때문이다. 문방구 필수 아이템, 불량 식품을 사러 오는 아이들까지 있어 정신없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장바구니를 멘 엄마들까지 합세해 좁은 문방구는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하다.


어김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왁자지껄한 아이들 소리 사이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야~ 그걸 왜 사? 쓸데없는 거 사지 마!”


새로 나온 카드를 사려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잔소리였다. 순간 난 얼음. 좀 과장을 보태자면 몸의 온 신경이 곤두선 듯 했다. ‘쓸데없는’ 이라니! 그 순간 나는 쓸데없는 거나 파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날은 장사하기가 더 힘들었다.


장사는 쉬운 게 아니야


장사한 지 이제 4개월 되었다. 이젠 좀 장사에 적응되었다 할 때, 이런 소리를 듣거나 진상 손님을 만나면 회의가 든다. 진이 빠진다. ‘휴~ 장사가 역시 힘드네. 난 장사 체질은 아닌가 보다’ 몸무게도 거의 10kg가 빠졌다. 두 눈에는 항상 다크서클을 달고 다닌다. 마치 프로야구 선수 눈 밑의 검은 테이프처럼. 사실 몸이 힘든 것보다 더 힘든 건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었다. 자연히 짜증도 늘었고, 손님들한테 욕도 많이 한다(물론 뒷담화).


한번은 가게에 과자를 납품하는 아줌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무심코 어려움을 토로했다. 30년 넘게 이쪽 일을 하시는 아줌마 왈, “장사는 쉬운 게 아니야! 오장육부 다 끄집어내서 하는 게 장사여.” 모든 걸 다 초월하신 듯한 말이었다.


갑자기 옛날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여행스케치,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어떻게 살 수 있나. 지금 난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거다. 서비스업이 원래 감정노동이라지 않나. 나보다 더 힘들게 돈 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나. 장사란 게 그런 것 같다.


아니, 사는 게 그런 것 아닐까. 힘든 일 있으면 기쁜 일도 있고, 또 우는 일 있으면 웃는 일도 있고. 그저 하루하루 꾸벅꾸벅 걸어가면 되지 않겠나.


다행히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그 지긋지긋한(?) 악동들. 길거리에서 나를 보면, “어! 문방구 아저씨다! 안녕하세요.”하면서 인사한다. 민망한 나는 “응, 그래...”하며 빨리 발걸음을 옮기지만, 기분은 괜찮다. 조금 늦게 문을 여는 주말, 채 열지도 않았는데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아이들. 문을 열면 “아저씨! 기다렸어요.”라며 밀물처럼 몰려온다. 물건 사고 나서, “수고하세요.”라며 자기들도 모를 인사말을 건네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쓸데없는 거나 판다’는 손님의 말에도 조금씩 적응되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비법을 충분히 활용한다. 오늘도 난 가게 문을 연다. 악동을 위해, 진상 손님을 위해, 천사 손님을 위해...


오늘도 난 장사한다. 쓸데없는 물건 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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