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본 도시에서 처음 겪는 일들 1
29살,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왔다. 베트남 냐짱. 제주도에 출장 간 김에 하루 더 놀고 온 적은 있지만 여행만을 목적으로 혼자 타지에 온 것은 처음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 로망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는 게 귀찮아 혼자 오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여행이 처음은 아니라 혼자인 것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1일 차
이른 아침 냐짱에 도착했다. 짐 찾기부터 호텔 체크인까지 약간의 피곤한 일들을 겪었다. 어떻게 리셉션 직원이 영어를 못하냐며 혼자 마뜩잖아했다. 사실 내가 베트남어를 못 하는 건데.
조식 먹을 때도, 호텔 수영장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괜히 왔나. 심심하네. 바쁜데, 돈도 없는데. 하고 혼자 투덜대다 우선 눈을 붙였다.
잠이 부족했던 탓일까. 두 시간 남짓, 잘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밝아졌다. 화장도 하고 좋아하는 여름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역시 기분이 좋았다. 발이 이끄는대로 걷다가 꽃 사진, 새 사진, 강아지 사진을 찍었다. 맘에 드는 식당에서 밥 먹고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
그러다 해변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원래의 나라면 여행지에 잘 어울리는 책을 고르고 골라 가져온다. 이번 여행은 아-무 계획도 없었고 책도 눈에 보이는 것 아무거나 두 권을 집어 들었다.
MZ 세대들의 일상 깊이 파고든 중독들을 작가 나름대로 분석한 책이다. 일종의 자기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 같은 책인데 갓생, 방 꾸미기, 당근마켓, 틴더 같이 젊은 세대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문화들에 대한 비평이다.
태닝 하는 러시아인들, 이상한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들고 뛰어다니는 중국 어린이들, 호객행위 하는 노점상인들, 쉴 새 없이 울리는 오토바이 경적, 50m 떨어진 곳에서도 물이 튈 정도로 강한 파도. 정신없는 해변에서 정신없는 책을 읽으니 무언가 바이브가 맞는 듯했다.
다음 날도 이 책을 읽었지만 비판과 자기반성(또는 자기혐오)이 가득 찬 책을 읽다 보니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케이크와 맥주(서머싯 몸)로 바꾸었다.
해변에서 나와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나이트마켓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구매는 다음으로 미루고 호텔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요즘 즐겨 듣는 노래를 틀었다. 노곤한 몸이 흐느적- 풀리는 듯했다.
여유란 이런 것인가. 혼자 있으니 편안했다.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아니 내가 원하는 건지 생각도 안 하고 유영하듯 여행한다. 발 닿는 대로 걷고 원하는 곳에 멈춰 아무것도 아닌 것(이를테면 어느 상점의 새장)을 한참 구경하고 졸리면 누워 잠을 잔다.
낮잠 두 시간에 풀릴 기분이었다니. 혼자가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니. 아직도 날 모른다. 나도 참 웃기다.
한 문장 정리: 혼자 하는 여행.. 제법 재미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