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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by 청천

의도

일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혼네(本音)'와 '다테마에 (建前)'문화 때문인데 혼네는 본심, 다테마에는 겉치레를 뜻한다. 본인의 본심을 숨기고 겉으로는 우회적으로 이를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데 단순하게 '앞에서는 잘하고 뒤에서는 다르더라'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일본 사회 문화를 두루두루 아우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혼네는 진심 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의미하고, 다테마에는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 차이를 불쾌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것은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최대한 분쟁을 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일본의 언어습관과 맞물리게 된다.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본심을 잘 숨기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


특히 비즈니스에서 이런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데 가령 無理(무리)라고 생각되는 업무 지시가 떨어져도 일단 "이건 무리인 것 같은데요"라고 거절하기보다는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를 거절해 관계를 망치기보다는 일단 원만하게 마무리하겠다는 뜻인데 사실 이 때문에 업무 관계에서 "검토하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거절의 의미가 크다는 게 정설.


그런데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도입부는 이렇게 했지만 본론으로 우리나라 (외국도 그러는가?) 여성분들의 겉과 속이 다른 현상을 말하고자 한다.

항간에 유행하는 음식 표현으로 ‘겉바속촉’이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다는 것으로 뜻밖의 식감을 표현하는 造語(조어)인바 나는 이 단어를 일부 여성들의 행동과 언어 표현에 대입하고자 한다. 흔한 표현으로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러한가?’라는 게 있는데 밖으로 들리는 말은 ‘--하다’인데 듣는 사람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새기라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깊지 못한 관계로 여성분들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듣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게 현장 상황을 피하기 위한 표현이건 본인의 생각이건 그대로 믿어버리는 통에 우리 집에서도 자주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주위의 기대 때문에 본인의 진심을 솔직히 드러내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거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다른 말투나 행동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대로 알고 이해해 버린다는 게 내 문제인 듯.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오해나 갈등이 생길 것을 염려해 속마음을 감추는 일도 그러하고

간접적이고 완곡한 표현을 하는 경우도 그러하고 우회적인 표현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려오는 대로 받아들이니 이럴 때 불러제껴야 할 노래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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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접한 책자 가운데 보게 된 삽화. 젊었을 적 사소한 언쟁으로 헤어진 후 수십 년이 지나 할망구, 할방구가 되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정도로 삭았는데도 마음은 그대로인 듯.

여심 2.png

그래도 여전히 티격태격인데 나는 이런 걸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안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오해를 하게 하고 수많은 세월을 흘려보내게 하는지.

그게 자존심이고 그걸 살리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면 이런 세월 보내도 되는 것일까? 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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