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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by 청천

관심

글을 쓸 때 일반적인 내용을 먼저 쓴 뒤에 개인적인 경험을 적는 게 좋을까 개인적인 내용을 쓴 뒤에 일반론을 적는 게 좋을까?

근래 들어 내가 글을 적어가는 방식이 약간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흔히 그렇게 해오고 있는바 글이나 책을 처음 접할 때 가장 먼저 『제목』을 본다. 그게 나의 관심을 끌게 되면 손에 집어 들거나 읽기를 시도하는데 책자 같은 경우는 군데군데 펼쳐보거나 눈에 들어오는 부분에 일단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 글이나 기사 등은 소제목을 위주로 몇 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그러다가 계속 이어지거나 도중 내려놓기 신공.


하여 오늘은 이 내용을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는 야그. 이런 충고.

첫째,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하라 (Hook 기법)

첫 문장에서 독자의 시선을 잡지 못하면 글을 끝까지 읽지 않는단다.

“왜 사람들은 비 오는 날 더 감성적일까?” 와 같은 질문형 도입부로 시작을 하거나 “하루에 80%의 사람은 핸드폰을 150번 이상 확인합니다.”와 같이 충격적인 사실로 글을 시작하란다. 즉 도입부에서 질문, 놀라움, 감정 유발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라는 것.


두 번째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라는 제언이다. 단순한 정보보다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단다. 경험담을 풀어내거나 짧은 사례를 들어 전달하는데 이야기에 기승전결을 넣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단다. 세 번째, 시각적인 요소를 더하라. 글만으로는 독자의 관심을 오래 끌기 어렵다. 글 중간에 이모티콘이나 이미지를 삽입하거나, 글을 구분하고 제목, 소제목, 강조 표시 등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이 부분은 지난번 내 책자에 소제목으로 적은 내용인데 나로서는 기존의 수필 방식에 변형을 주는, 즉 줄 바꾸기와 삽화 사용은 정통 수필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는 評者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지는 않겠다고 한 바가 있었는데 ‘딱!’ 내 방식을 인정한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아지는 충고되시겠다.


먹고사는 방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한 꼭지 정도는 쓰고 있는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글이 술술 써지는 날"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런 날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글쓰기 과정은 생각보다 고되고, 때로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을 형태화하고, 감정을 다듬으며, 머릿속 혼란을 명확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순간마다 자신에게 묻는다. ‘이 글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쓸 가치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돌 때마다 펜을 들었던(ㅋㅋㅋ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이 멈추곤 한다. 완벽한 문장을 쓰고 싶다는 강박은 나를 자주 글쓰기의 벽 앞에 세운다. 하지만 그 벽을 마주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숙명일지도 모른다는 어떤 생각.

첫 번째 어려움은 생각의 정리이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에는 무수한 아이디어와 감정들이 떠다닌다. 오늘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전개를 해보자. 하지만 그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하려는 순간 모든 것이 흩어져 버린다.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붙잡으려는 것처럼, 글로 쓰기 전까지는 생각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머릿속에서 정리된 것 같아도 막상 글로 옮기면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인내다. 글짓기의 어려움은 단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해결된다. 좋은 글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써지는 법이 없다. 고쳐 쓰고, 덧붙이고, 빼기를 반복하며 글은 점점 다듬어지는 것이다. 나처럼 생각의 깊이가 얕고 살아온 역사의 굴곡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더욱 어렵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두 번째 어려움은 끝맺음이다.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 멈춰야 할지 모를 때다. 무언가를 계속 덧붙이고 싶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글은 무한정 길어질 수 없고, 독자는 끝맺음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일은 상당시리 큰 고민이 된다. 마무리는 글의 인상과도 같다. 독자가 글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것은 마지막 문장의 울림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글을 뒤집기도 한다. 가끔은 처음 시작할 때의 내용과 생각이 끄트머리에 가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글짓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자,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며,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은 글에 자신만의 내용을 담으려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면, 그 글은 단지 문장들의 나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고심 끝에 써 내려간 글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대를 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글이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 역시나 결론이라고 말할 것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내용부터 시작을 하건 일반적인 내용부터 시작을 하여 개인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건 어찌 정답이라는 게 있겠는가?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적어나가는 수 밖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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