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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by 청천

철새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고 다른 계절이 뒤를 이을 때, 더운 계절이 지나고 추운 계절이 시작될 때, 추운 계절이 물러나고 더운 계절이 될 때 우리는 아주 종종 여러 가지 소리의 지저귐을 만들어내며 남으로, 북으로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 무리를 보곤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한다. 이방인의 땅을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바람을 헤치며 날아가는 철새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철새의 여정은 결코 단순한 여행이 아니리라.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자,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한 곳에 머물러 있다면 더 이상 살 수 없기에 그들은 날개를 펴고 떠난다.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기 전,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제비를 대표로 하는 철새의 여정은 우리들에게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다. 삶이란 변화와 이동의 연속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이다.


철새의 날갯짓은 단순한 떠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북쪽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떠나는 순간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오는 순간도 있다. 철새들은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삶의 순환 속에서 영원한 정착지는 없음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한때 우리가 머물렀던 곳이 영원히 우리를 품어주지 않을 수 있듯, 삶의 터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인다.


나는 몇 년 전에 철새라는 제목으로 당시 한창 유행이던 정치하는 넘들의 보금자리 바꿈 현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본인의 자리보전과 그를 따르는 조무래기들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현상에 대해 목숨 걸고 삶의 처소를 바꾸어야 하는, 계절이 바뀌면 다시 그 먼 길을 거슬러 움직여야 하는 진짜 철새(migratory bird)의 고귀한 명칭을 욕보이지 말라고 주장(?) 한 적이 있다.


하여튼 정치 분야는 내 관심 소관이 아니니 이 정도 언급으로 지나가고 다시 진짜 이 동네를 찾아온 철새 이야기를 하자. 엄청난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먼 길 떠나 여기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먼 길을 여행하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늦은 가을 하늘 높이 날아가는 그들 무리를 보노라면 경외심까지 들 정도.

이 근처에 찾아온 지난주 최강 한파로 인해 은파가 얼어붙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물고기를 잡기 위한 자맥질을 볼 수 있었는데 어제오늘은 얼음 위에 무리 지어 모여있거나 가장자리 얼음이 녹아있는 부분 또는 물가 언덕으로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전에 교원 문학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 작가분께서 사진과 함께 철새의 이름을 게재한 적이 있었는데 관심을 덜 가지고 보았던바 까먹었다. 오늘도 그 넘들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을 떠올려보았지만 제대로 일치가 되는 게 별로 없다. 미안시러워서 어찌 꺼나? 하다못해 풀이나 꽃들도 이름이 있고 제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좋아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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