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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by 청천

감정

‘삐짐’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아마도 내가 가진 잘못된 성격, 기질, 특성, 약점 가운데 두 번째 세 번째를 다투는 특징으로 이 단어를 꼽을 수 있다. “삐짐”

앞에서도 적은 글 제목으로 ‘빠삐따’라는 게 있고 그 가운데 두 번째가 ‘삐’, 즉 ‘삐지다’인데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고 다짐을 해도 죽어야만, 다시 태어나야만 고칠 수 있는 게 바로 요넘 아닌가 한다. 도대체 어찌하면 좋을까?


삐짐이란 감정은 일상 속에서 가볍게 지나가는 순간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속에 깊은 감정의 층을 숨기고 있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 생겨나는 이 감정은 단순한 투정이나 심술로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우리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가까이 있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삐졌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사실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 삐짐이란 일종의 감정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이해력 부족한 거 아님?” 혹은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라고 말하기 어렵기에 삐진다는 감정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이 감정은 흔히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여전히 나타난다. 이러한 예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내 자신이 아주 훌륭한 모델이 터이니까. 삐짐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보면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첫째는 기대감이고, 둘째는 상처받음이다. 누군가에게 삐진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했음을 의미한다. 그 기대는 사랑, 관심, 인정일 수도 있고, 혹은 단순한 공감이나 반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은 작은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바로 삐짐이라는 감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오늘 아침의 나, 4일째를 지나고 있는 나처럼 삐진 사람은 곧잘 입을 꾹 다문다. 말을 하지 않고, 표정도 굳어지며, 자신만의 껍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네가 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삐진 사람은 외로움과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상대방이 그 삐짐의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 감정을 가볍게 여기게 되면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왜 삐져?"라는 무심한 질문에 삐진 사람은 더 삐치고, 관계는 점점 꼬여간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그분께서 이러한 나의 이러한 감정을 거의 알아채지 못하거나 짐작하게 되더라도 결코 본인 입에서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 그러니 길어질 수밖에...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다시 태어나야만 해결될 사안이다.


얼마 전부터 더욱 생각하게 된 부분이지만 이러한 삐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더 용기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을 안으로만 집어넣기보다는 솔직하게 말하고,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사실 이런 부분이 서운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듯... 그러나 가끔 의견을 말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이런 답이 돌아올 때마다 나로선 벽을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했다는 얘기네? 왜 나만 미안하다고 해야 해?”

결단코 나로서는 지나가는 표현으로라도 “미안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삐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상대에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상대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감정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결국, 삐짐은 관계를 회복할 기회이자, 상대방에게 진심을 표현할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고 그 감정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삐짐의 끝에는 더 깊은 이해와 진정한 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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