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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by 청천

허풍


남자들의 대화 속에서 허풍은 마치 양념처럼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축구를 하다가 프로 선수라도 된 듯한 무용담이 나오고, 군대 이야기는 전쟁 영화 못지않은 서사로 바뀐다. 직장에서는 "내가 그때 이렇게 해서 딱 해결했지"라며 한껏 부풀려진 성과가 회식 자리의 안줏거리가 된다. 허풍은 종종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때로는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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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거짓말과는 다르다. 허풍을 떠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말하는 것이 완전한 사실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듣는 사람들도 그것을 안다. 허풍은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자신을 좀 더 대단해 보이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때때로 허풍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한다. "너 요즘 운동하더니 몸 좋아졌네. 거의 헐크 수준인데?" 같은 과장은 상대에게 웃음을 주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그렇듯이 허풍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그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허영이 된다. 실력보다 말을 앞세우다 보면, 결국 실망을 주게 된다. 과장된 성공담은 듣는 이에게 피로감을 주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해서 허풍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허풍 속에는 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말하는 것은 자기 확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허풍이 꿈을 향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벼운 농담이 아니라 묵직한 다짐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허풍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적당한 허풍은 인생을 조금 더 유쾌하게 만든다. 허풍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남자들의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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