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멈출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로 인해 학교의 적응과 더불어 많이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아이는 7세 영어 유치원 1년을 다닌 이후, 영어 유치원 연계 학원을 주 5일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교 후 돌봄 교실 이용 후 곧장 영어학원에 갔다가 집 앞에 내리는 시간은 5시경. 이후 집 앞 피아노 학원에 들렀다 집에 가면 6시가 됩니다. 이모님께서는 그때부터 엄마아빠 퇴근 전까지 아이들을 돌봐 주셨습니다.
저녁식사 이후 아이의 스케줄은 그야말로 놀 시간이 없는 숙제 스케줄이었습니다.
저녁 8시 정도부터 엄마가 퇴근을 하고 오면 함께 숙제하기가 시작됩니다.
매일 줄넘기 50~100개, 매일 글씨 1쪽씩 써오기, 연산 숙제 주 1회, 거기에 영어학원의 책 읽기 숙제와 복습 숙제.
누가 봐도 1학년이 하기에 힘든 양이 맞았습니다.
우리 아이는 왼손잡이에다 쓰는 걸 많이 싫어하고 느린 아이여서 애를 먹었던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매일 글씨 쓰기 숙제조차 힘든 과제였음이 분명합니다.
글씨 쓰기 1쪽을 하는데만 1시간이 걸리고, 줄넘기 숙제는 못한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후에 학원 숙제를 하는 데는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매일 이렇게 3시간씩 숙제를 하는 건 아이에게 당연히 무리였고,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저는 영유연계한 학원을 그만두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올라간 반인데, 어떻게 노력해서 보낸 곳인데 하며 무척 고민이 되었습니다.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가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아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음을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시키고 아이를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영어학원을 끊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생활 속 여유를 찾았고, 스퀴시라는 본인만의 취미도 생겼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2-3달의 시간 동안 아이는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었고 말 그대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치유했던 거 같습니다.
그 이후 다시 그 학원으로 돌아갔는데 이전보다는 더 여유롭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누군가는 다 ‘시간이 해결해 준거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아이만을 바라보며 멈춘 용기가 아이를 살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 당시 저의 선택은 잘한 선택이었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달리고 있는 열차에서 과감히 내려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는 아이의 시그널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결단을 내리는 엄마에게서 나와야 합니다.
아래 책에서 발췌한 구절이 제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공유합니다.
선행학습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시그널은 계속 있었을 거예요. 다만 아이나 학부모님이 그 시그널을 눈치챘더라도 ‘선행 열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겠죠. 고1 수학을 배우는 아이가 현행 (중등) 시험에서 80점대를 받는다면 당장 선행 학습을 그만두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선행 학습은 이처럼 한 번 올라타면 절대 내릴 수 없다고 믿는 급행열차와 같습니다.
-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X 주단선생님의 ‘수학 진짜 잘하는 법을 알려줄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