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 편지 효과
요즘 첫째가 둘째에게 자주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한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어제저녁 때는 동생을 ‘때리고 싶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딸이 자신의 감정을 나에게 말해준다는 거다.
“엄마, 나 동생이 내 말 안 듣고 소리를 질러서 자꾸 짜증이 나고 화가 나!”
“동생을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
그래도 때리지 않고 말로만 때리고 싶어 진다고 말해준 것에 참 감사하다.
이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 수 있을까. 그동안 육아 책에서 봤던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자라는,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은 뭘까.
그 짧은 시간 열심히 생각했고 결론은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자였다.
우는 아이를 한참을 보다가 조금 잦아들었을 즈음, 한 마디를 꺼냈다.
“아고~ 우리 첫째가 진짜 많이 속상하지? 동생이 말을 안 들으니 정말 속상하지 그럼 그럼. “
하고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꼭 안아 주었다.
잠시 안아 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게 다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 속상하지~ 그런데 동생한테는 이렇게 해야 해~ 하면서 훈육을 바로 시작했을 터였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고 싶었다.
“첫째야, 동생이 어떻게 하면 네 맘이 풀어질 거 같아?”
“나는 동생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동생이 소리를 지르니까 속상했어.”
음.. 그녀가 한참을 생각한다.
“말하기 어려울 거 같으면 우리 동생에게 색종이 편지를 써볼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주는 건 어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핑크색 색종이를 택하여 열심히 정성스럽게 동생에게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앞장에는 동생이 좋아하는 공주 그림도 그려주고 동생에 관한 사랑이 묻어나는 편지였다.
다 쓰고 엄마에게 수줍게 보여주더니, 동생에게 가서 휙 던지고 온다. 참, 쑥스럽나 보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언니의 편지에 동생도 열심히 답장을 써서 준다. 물론 언니가 편지에 쓴 내용에 대한 답장은 아니다. 답. 정. 너. 그냥 동생이 하고 싶은 말만 썼다. 그래도 귀여운 6세^^
편지의 내용에 대한 답장은 아니지만 이미 쑥스럽게 동생에게 편지를 전달할 때부터 첫째의 마음은 풀려있었다. 아마 편지를 쓰면서 이미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마주했을 거다. 그러면서 속상한 마음은 사라졌을 터다.
오늘 아침, 첫째와 둘째는 싸우지 않고 매우 평화롭게 등교와 등원을 했다. 심지어 첫째는 언니의 말에 대답을 안 하는 둘째에게 매우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이것이야말로 색종이 편지의 효과가 아닐까!
육아는 정말 나도 자라고 아이도 자라는 귀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