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고 난 후 아이와 보다 깊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건 분명 나에게 큰 기쁨이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도 이제 엄마가 회사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조금은 여유 있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건지, 등굣길이나 자기 전 나에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술술 해준다.
오늘 아침엔 말한다.
“엄마, 나도 얌전한 남친이 있으면 좋겠어. “
“왜?”
“엄마 세아 남친은 주안이고, 이건 비밀인데 지수 남친은 영수래.”
그 말을 들은 나는 당황해서 “너도 나중에 크면 생길거야.” 라고 말하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혹시 반에 친해지고 싶은 남자아이가 있는지 물어볼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이제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직 나에겐 마냥 귀엽고 예쁜 어린아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뭐든 빠르다.
이제 한국나이 9살, 2학년인데도 사춘기처럼 짜증을 부릴 때 벌써 사춘기가 왔나 싶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땐 이성에 대한 관심이 벌써 생기나 싶다.
휴직을 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이 대해 더 많이 알아간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단 걸 다시 느끼고,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며 다시 사랑한다.
어제저녁, 우연히 엄마표 영어에 대해 ‘새벽달’님이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인터뷰 한 영상을 보았다.
엄마표 영어의 본질은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것인데 관찰을 하다 보면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진다. 사랑이 더 증폭된다.
- 새벽달
정말 맞는 말이다. 엄마표 영어도 결국 아이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인데 그러면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내가 요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있는 것처럼.
난 아이의 뒷바라지를 해주고, 먹을 것을 잘 챙겨주고, 교육적인 면을 신경 쓰고 그러기 위해 휴직을 한 거라 생각했다. 보다 실용적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면을 챙겨주지 못해 많이 부족했던 워킹맘이었으니, 그런 점들을 빠짐없이 챙기려 했었다.
그런데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건 넓디넓은 엄마의 품과 여유로운 마음 이게 전부였다는 걸 요즘 더 많이 깨닫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