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오후 2시쯤 되면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가 온다.
“띠리릭”
[Web발신]
XX은행 XX/25, XX원 입금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25일마다 오는 문자 메시지가 너무나 당연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련히 들어왔겠지' 생각하며 얼마가 들어왔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기도 했다.
매월 들어오는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갔고, 항상 내 몸은 피곤했으며, 정신없이 바빴다. 얼마가 들어왔고 얼마를 쓰며 앞으로 얼마를 모아야 할지 등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그냥 '들어오면 들어오나 보다', '나가면 나가나 보다' 했다.
그런데 휴직 2개월 차인 6월. 당연히 들어와야 할 돈이 입금되지 않으니 많이 허전했다. 내 휴대폰에는 지출 내역의 문자 메시지만 잔뜩 쌓였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가는 돈만 있는 상황.
무급휴직을 했으니 당연하다. 일을 하지 않으니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월급이 없다니. 매 월 돈이 입금되지 않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휴직을 하고 나서 자기 계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값과 책을 사는 비용.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살아가는 데 돈은 필수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기존에 모아둔 돈이 조금은 있고, 휴직을 위해 대출까지 받았지만 최대한 쓰고 싶지 않다. 시간을 벌기 위해 휴직을 했으나 돈이 부족해지니 사람 마음이 또 흔들린다. 참 간사한 마음이다.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은 참 다양하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각자의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주어진 과정대로, 별다른 이탈 없이 정해진 대로 삶을 살아온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20대에는 해외에 나가서 사는 삶이 부럽기도 했고, 프리랜서가 부럽기도 했으며, 사업가도 부러웠다. 공대였음에도 마케팅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도 해보고, 공모전에도 나가보았다. 대기업 들에서 주최하는 단체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 학교에 가서 초등학생들도 가르쳐봤다. 내가 할 수 있는, 닿을 수 있는 관심 있는 경험이란 경험은 있는 대로 했다. 컴퓨터 공학과였는데 진로를 사회복지학과로 바꿀 거냐 란 말도 들었다. 내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지만 이 경험들이 나중에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그때도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길, 또 다른 삶만 꿈꿨다. 현재를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고 싶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현재에서 만족을 찾았고 만족을 토대로 더 성장하기 위해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생이 불만족스러워서 휴직을 하면 분명 후회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를 만족스럽게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강도가 높은 회사일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번째 누락 후에 진급이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그러고 나니, 회사에서 내가 이뤄야 할 목표는 다 이룬 것 같았다. 이제는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휴직을 감행했다.
월급은 끊겼지만 삶의 밀도는 깊어지고 있다.
돈은 없지만 마음의 양식은 차곡차곡 쌓고 있다.
직장은 나오면 돈을 주지 않지만 마음의 양식은 훗날 나의 자산이 되어 나에게 돈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건 분명하다.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라. 오랜 시간이 걸릴지언정 분명 이룰 수 있다. 자신에게 투자하자.
미래의 나는 예상과 다르다.
미래의 나는 오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미래의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본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른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다.
미래의 내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미래의 나는 새로운 취미를 가진다.
미래의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다르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배웠고 경험했다.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 관점이 효과적으로 사는데도 중요하다.
-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