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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by 보나


'브런치 작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 작가로 알게 되었고 필명과 글로 먼저 만났다. 그렇게 우리는 동기가 되었다. 전국 각지의 많은 동기분들이 모였고 지역별 소모임들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모임들 중에서는 서, 서 모임도 있고 서, 동 모임도 있고 서울의 모임이 몇 개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사는 곳이 서울 중간이라 어느 모임으로 들어가도 괜찮았는데 그 당시 동기 단체방에서 끌리는 대로 선택했던 것 같다. '서서모임'을 선택했고 그때 그 모임에 들어간 건 나 같은 내향인에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매월 서서모임에서는 읽을 책을 골라 하루에 정해진 분량을 읽고 필사를 하기도 하며 서로 좋은 내용을 공유한다. 이곳에는 모임을 이끌어 주시는 회장님이 계시고, 회장님을 필두로 적극적인 작가님들께서 활발하게 소통을 해 주신다. 사실, 모임에 합류한 이후 모든 책을 성실히 읽지는 못했다. 시간이 맞고 때가 맞아 책을 같이 읽을 수 있는 한 달간에는 무엇보다 마음이 충만해 짐을 느꼈다.


책을 선택하고 책의 분량을 나누어 공지하고 독려도 하시는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서서모임 분들은 참 자연스럽게 그런 일들을 잘하셨다. 주로 회장님께서 많이 하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스스로 하신다는 모임원 분들이 계시니 정말 죄송했지만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나도 휴직을 한 이후 한번 스스로 하겠다고 자처하여 책의 분량을 나누어 공지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임원 분들을 독려하고 제 때에 좋은 구절을 공유하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까지 해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모임에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만나다가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이 분들을 만날 기회가 왔다.

사실 오프 모임은 몇 번 진행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는 것도 사실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컸다.




드디어 당일, 하필이면 전날 과음을 하고 늦잠을 자다가 시간을 착각했다. 첫 모임부터 지각이다!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늦더라도 가는 게 낫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차를 몰고 달려갔다.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늦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서서모임 작가님들은 빛 그 자체였다. 그 순간부터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색함도 잠시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어쩜 처음 만났는데도 이렇게 이야기가 잘 통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걸까, 그리고 아이디어들이 척척 나오는 걸까? 어디에도 이런 모임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주로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과는 내가 좋아하는 글이나 책 이야기를 해보기가 어려웠다. 특히 남편은 나와 정반대인 사람이라 크리스마스이브에 오랜만에 둘이 데이트를 할 때 싸운 적도 있다. 서로에게 고마운 점, 섭섭한 점, 원하는 점 등을 엽서에 써보자고 했고 남편은 엽서를 내밀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적막이 흐른 상태로 밥만 먹고 돌아온 기억도 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책과 글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거다. 갑자기 편지를 쓰라는 게. 그 이후에는 애먼 곳에서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려 하지 말자 다짐했다.


서서모임은 그 이상을 실현해 주는 모임이었다.

처음 봤는데 왜 말이 통하지? 다들 어쩜 이렇게 다정하실까?


회장님께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써보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쓰는 모습도 신기했다. 다 쓴 후에 누가 썼는지 맞추기도 해 보았는데 바로바로 맞추시는 것도 놀라웠다. 서로의 글을 읽고 조금 더 깊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이 쓴 글을 보면 아는 건가 보다. 또, 필명을 듣고 작가님들의 얼굴을 뵈니 아- 하며 그동안 읽었던 글과 매칭이 되었다. 이게 바로 글을 통해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까? 글의 힘, 글이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음을 분명 느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도.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느낌은 바로 이런 거였다.


이 속에서 안정적이었고 행복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쓰는 삶에 대해 용기를 얻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해 나가는 삶이 어떤 건지, 앞으로도 참 궁금해진다.




KakaoTalk_20250706_213312075_01.jpg 우리가 오늘 썼던 Self Love, Self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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