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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즐겁다는 것

좋아하는 친구와의 만남

by 보나


남편이 오랜만에 캠핑을 같이 다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다음주 주말에 같이 캠핑 갈래?"

"그냥 우리 집으로 놀러와. 우리 이사했어. 집들이 하자."


그래서 캠핑 대신 집들이가 성사되었다.


캠핑에서 남편친구 부부를 몇번 만났었고, 같이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요리도 같이 해먹고 아이들도 잘 놀아서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남편친구의 아내분은 동생 뻘인데 성격도 좋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재주가 있었다. 언니 언니 하며 잘 따라주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친해졌다. 대화를 할 때는 경상도 특유의 시원시원함과 애교로 분위기를 좋게 해 주었다.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집들이 선물을 사고 아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준비 했다.


"얘들아, 다른 사람 집에 처음 가서는 어떻게 해야하지?"

"....."

"허리를 숙여서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는거야."


하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예절도 가르쳐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들이에 갔다.


도착해서 아이들은 내 마음에 쏙 들게 인사하진 않았지만 부끄럽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주 한잔에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캠핑가서 몇 번 만났을 때 보다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여유롭고 경계심이 전혀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했다.


예전에는 내가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 적도 많았다. 본래 대화의 중심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이번에는 나 혼자서만 이야기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아니었다. 남편과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 희희 낙낙 즐거운 대화를 했다.




나의 발전이 놀랍다. 예전의 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주로 경청을 하는 편이 많았고, 대화를 해도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건지, 말 센스가 없는 건지 내가 어떤 말을 하고 나면 분위기가 썰렁해진 적도 많았다. 그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고 그래서 대화할 때마다 긴장을 했다. 이건 의사소통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사람을 대하는 상황이 참 힘들었다. 약속이나 모임이 잡히면 주로 피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런 모임에서 나를 바꾸려 하기 보단 그럴수록 나 자신에 집중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찾아서 했다. 나의 경우 독서와 개인적인 낙서와 같은 글쓰기 였다. 갑자기 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생뚱맞게 왜 자신을 찾느냐고? 나 자신을 통해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단단하게 중심이 잡혀야 어떤 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바로 서야 대화도 바로 서게 된다.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저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지금 나를 좋게 보는 것 같은데 나에 대해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내가 하는 '말'에 집중을 하면 더욱 긴장이 되어 실수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대화의 센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먼저라도 말해주고 싶다. 나도 나를 알고 난 이후,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대화하는 자리에서 변두리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날들이 많아졌었으니까.


나를 알면, 다른 사람의 눈을 바로 볼 수 있게 되고 적극적 리액션을 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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