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 일정이 빡빡하게 차 있는 관계로 오전에 운동을 하러 갔다. 원래 루틴대로 라면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독서를 한 후, 점심을 먹고 아이와 관련된 일들을 한 후 운동을 하는 거였다. 이 루틴 중 독서시간을 짧게 단축한 후 바로 운동을 하러 갔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사실 오전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대부분 40대~60대 정도의 중장년 여성들이다. 여성 전용 운동센터여서 여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꾸준히 하기가 제일 어려운데 어떻게 그녀들은 매일 꾸준히 이곳에 이렇게도 열심히 올 수 있단 말인가? 근력량은 말할 것도 없다. 젊은 편에 속하는 나보다 훨씬 근력도 좋으시고 스쿼트도, 플랭크도 훨씬 잘하신다.
가끔 의자 스쿼트를 60개 하고 헉헉 대는 내 앞에서 의자 없이 그냥 스쿼트를 보란 듯이 하시는 아주머니를 뵈면 부끄러울 때도 많다. 나는 뭐든 '꾸준히' 하는 게 목적인데 이분들은 그런 목적이 없이도 그냥 일상생활이 되어 꾸준히 운동을 하시는 것 같다. 도대체 이런 꾸준함과 의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뿐만 아니다. 그곳에 있는 근력운동 기계들은 선생님 수준으로 잘하시고 내 자세를 봐주시기도 한다. 스트레칭 기구 사용법도 알려주시고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들께서는 서로 으쌰으쌰 응원도 해 주신다. 어떨 땐 서로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을 하며 수다도 떠시고 시장처럼 왁자지껄 하다. 문 앞에는 시장에서 산 야채들이 들어있는 검정 비닐봉지가 놓여있다. 이걸 보면 시장을 보고 올라오는 길에 운동을 하러 들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대충 하시지 않는 어머니들. 뭐든 진짜 열심히 하시는 어머니들. 그녀들에게 인내와 끈기란 그냥 장착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녀들이 키운 자식 세대인 나는 이렇게도 의지가 부족한데, 그녀들의 발끝만 따라가도 더 나은 사람이 될 텐데 가끔 생각한다.
그녀들은 운동을 하러 왔지만 인생을 살기 위해 왔다. 운동 센터 그곳은 마치 하나의 작은 세계 같다. 희로애락이 녹아 있지만 몸은 건강해지는 곳. 그것들을 꾸준히 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곳. 남편이 웬수다, 자식들이 맡겨놓은 손주들에 관한 이야기, 자주 오지 않는 자식에 대한 섭섭함 등을 운동을 하며 훌훌 날려버리고 돌아가신다.
일상의 운동 메이트들에게 소소한 고민들을 풀어놓고 이야기하며 무거운 짐을 가볍게 하고 돌아가는 곳.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난다.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곳을 다녀오면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져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녀들의 삶을 통해 내가 배운 건, 나이가 들 수록 본인의 마음과 몸을 더 잘 챙겨야 한다는 거다. 자연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무한한 단련을 통해 되는 것이니,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만 한다.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로. 이게 뭐든 그냥 하면 되는 거지 그리 심각하지 않게.
'너무 심각하게 살려고 애쓰지 말자. 인생 뭐 별 거 없다.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