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맞바꾼 가치
매일 글쓰기 42일 차.
스벅에 매일 온 지는.. '음 프리퀀시 수를 세어보니 28번이나 왔네.'
그동안 스타벅스 카드를 5만 원씩 몇 번 충전을 한 건지, 이용내역을 살펴보니 4회에서 5회 정도 충전을 한 것 같다. 그 말인즉슨 약 두 달간 스타벅스에서 20만 원~25만 원을 사용했다는 것.
25만 원 투자하고 글은 47개 발행했으니 남는 장사일까?
여기에 와서 읽은 책도 7권은 되는 것 같으니 더 남는 장사일지도 모르겠다.
돈은 쓰면 그만이지만 지식은 남는다. 음료는 마시면 그만이지만 공간은 남는다. 매일 글쓰기를 한 경험은 평생 남는다. 누군가는 특정 시기에 '몰입'을 하는 것이 나중에 본인을 위한 엄청난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중학교 시절 배운 영어 실력으로 회사원이 된 이후 영어회화를 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나 역시도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암기한 영어단어들로 지금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엔 몰입했어도 몰입한 게 아니므로 머릿속에 남아있는지 의문이다.
누구에게나 한 시절 '몰입'의 경험은 분명 필요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꾸준히 조금씩 무언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은 필수이지만 인생에 있어 무언가에 미쳐 보는 경험, 한 우물만 파 보는 경험,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그것에 집착해 보는 경험, 그런 경험은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남긴다.
나는 지금 그런 경험을 해 내고 있는 중이다. 육아휴직이라는 감사한 휴식기를 통해 인생의 후반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 1년간 몰입한 경험이 미래의 나를 살게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지금 공간을 사기 위해 쓰는 단 돈 만원 정도를 아까워하진 말자. 투자를 위한 비용이라 당연히 여기며 살아내자.
어제는 남편이 말했다.
"네가 생각보다 카드값 많이 써. 200만 원 넘게 나왔어."라고.
"응?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카드내역을 보니 식비와 아이들 학원비, 그리고 남편이 쓴 비용을 합쳐 200만 원이었다. 생활비와 학원비만 보면 100만 원 초반대였다. 그리고 스타벅스 커피값은 철저히 내 돈으로 계산한다. 한 번도 남편카드로 결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저 말을 듣는데 왜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뜨끔 했던 걸까. 내 자존감은 이런 돈 따위에 무너지는 정도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태인 걸까.
더 큰일을 하기 위해, 휴직 기간에 대출도 받았고 나를 위한 투자는 내 돈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동기부여가 덜 된 걸까? 분명 나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자꾸 쓰는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휴직 두 달 차.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가? 그냥 이렇게 꾸준히 글 쓰고 책 읽고 하다 보면 무엇이 되는 걸까?
의지가 나약한 나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남과의 비교는 옳지 않다. 어제의 나 보다 오늘의 내가 나아졌는가, 성장하였는가. 아이들과도 충분히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나 자신을 사랑하며 돌보고 있는가. 남편과도 정서적 교류가 잘 되고 있는가. 아이들과 아빠의 정서적 교류는 어떤가.
내가 돈과 맞바꾼 가치는 공간의 힘이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에서 내 마음을 나누고, 글을 쓰며, 책을 읽고 필사를 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내 마음은 든든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문득문득 올라오는 불안함을 막을 수는 없지만, 확실히 매일 글쓰기를 하기 전보다 한 이후에는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었다. 보다 편안하고 잔잔한 마음 상태가 많은 편이다. 이 공간은 나에게 그런 마법을 가져다준다. 그러니 돈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더 나은 가치 창출을 위해 더더욱 매일 이곳에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