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어릴 적이 그립다
요즘 첫째가 둘째를 유난히도 싫어한다. 초2와 6세의 대결로 아침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어릴 땐 이 정도로 싫어하지 않았는데 크면 클수록 동생을 싫어한다는 티를 팍팍 낸다. 가슴에 못이 박힐 정도의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걸까? 잘못 키웠나? 나는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엄마 나는 동생이 너무 싫어.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동생에 대한 질투가 심해서 그런가 싶어서 아침에는 아예 둘째와는 대화도 적게 하려 하고 첫째의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아침에 둘 중 한 명만이라도 핀토가 어긋나서 소리라도 지르기 시작하면 그날의 등굣길은 매우 암울해 지므로. 항상 현관문을 나설 때 문제가 크게 터진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동생이 가방을 메고 먼저 나갔고 가방이 열려 있는 걸 보고 첫째가 닫아주었다.
그랬더니 둘째는 "언니 닫지 마. 나 열고 갈 거야!!" 하고 말했고, 첫째는 높은 톤으로 "닫아야지! 안 그러면 쏟아져!!" 하며 아파트 전 층에 들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또 내 심장은 쿵쾅쿵쾅.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참 싫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 나는 아이들의 이 싸우는 소리가 다른 집에 들를까 부끄러웠다. 무서운 표정으로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첫째에게 말을 했다.
"첫째야, 그. 만. 해. 다른 층에 다 들려."
하지만 첫째는 막무가내로 계속 동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제발, 엘리베이터야 얼른 와라' 속으로 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사람이라도 타고 있으면 무척 민망하다.
학교 가는 길에도, 동생이 조금만이라도 앞서가면
"너 먼저 가면 어떻게 해!! 같이 가야지!!"
하며 동네가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는 첫째.
그 말에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싫어. 나 먼저 갈 거야!"라고 한다.
아침마다 동네 창피하다. 이모님이 계실 때도 둘이 투닥거리는 건 있었지만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내가 집에 있으니 엄마 앞이라 더 거르지 않고(?)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첫째에겐 동생이 눈엣가시 정도로 생각되나 보다. 무슨 행동을 해도 신경이 쓰이고 거슬린다고 한다.
너무 예민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지니 또다시 상담센터를 찾아가야 하나 싶다. 작년엔 아이의 적응과 숙제가 많아서 생긴 스트레스로, 올해는 동생과의 갈등이 심화되어 너무 날카로워진 언니로.
언니의 이런 행동에 대한 동생의 반응은 겉보기에는 '무덤덤' 그 자체다. 6살 아이임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 같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둘의 성향은 정 반대다. 언니는 무척 섬세하고 자신 위주의 성격이지만, 동생은 무던하고 마음이 넓은 스타일이다. 그래서 언니의 칼 같은 말에도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물어보면 가끔 울먹일 때도 있다.
"둘째야, 언니가 싫다고 하면 기분이 어때?"
"언니가 나 싫어한다고 하면 슬퍼."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언니를 더 사랑하는 건 동생 쪽인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언니가 있었고 그 언니와 의지하며 커왔다. 언니는 항상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오늘도 등교를 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이번 주는 어제도, 오늘도 벌써 이틀째 갈등이 발생했다. 아이들의 갈등에 대해 예전에는 나의 감정이 아주 바닥으로 치달았다. 대체 내가 뭘 그리도 잘못해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걸까? 예민한 성향은 나 하나로도 족한데 이걸 첫째가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어쩌나? 나와 첫째가 비슷한 성향이니 더 견디기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등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바닥을 친 상태로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회사에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동료직원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가끔은 의도적으로 잊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랬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해결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그럴수록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라고. 첫째는 감정을 먼저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하니 과한 학습을 시키지 말고 하고 싶은 거에 더 집중하게 해 주라고. 그럴수록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려 노력한다. 학습적인 면도 피곤해 보이는 날은 좀 덜어주려 한다. 1학년 때는 아이의 가장 스트레스인 영어학원을 아예 끊고 3달 정도를 쉬었었다.
하지만 동생과의 갈등이 학생의 본분인 학습은 계속 뒤로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본분을 하면서도 갈등은 갈등대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가정에서도 균형을 잡게 해 주고 싶다.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는데 동생이랑은 잘 못 지내는 상황. 그렇지만 나중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동생과 비슷한 갈등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아마 감정이 그대로 올라오지 않을까? 아마 내가 많이 앞서 나가는 엄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창 시절 관계의 실패를 경험했던 엄마라 나의 아이가 더더욱 불안하다. 내 딸만은 그러지 않기만을 바란다. 제발 친구 관계에서 아픔이 없기를 바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 저번처럼 첫째와 둘이 있을 때 속마음을 천천히 물어보고 다시 들어줘야겠다.
'그래도 동생이 자꾸 싫은 걸 어떡해' 하는 마음은 알아줘야겠다. 행동만 교정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 줘야겠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