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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은 나를 위해

by 보나


나는 무급 육아휴직 중이다. 고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게 생각보다 자신을 작아지게 만든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위축이 된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점심을 사 먹는 것도 가계지출에 부담이 되니 냉장고에 있는 걸 뒤져서 한 끼를 해결하고는 한다.


그러다 단 하루, 매주 금요일은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한다.




백수 입장에서 조금은 비싸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해서 그 가게에 간다. 그리고 맛있게 혼밥을 한다.


휴직 중인 내가 일주일에 한 번 밥을 사 먹는 것.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일주일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번 한 주 잘 보냈다 하는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다. 그리고 아이들, 남편과 함께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그리고 또다시 다가올 한 주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워킹맘들도 마찬가지다. 꼭 한번, 일주일에 1~2시간 만이라도 나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의 시간', <ME TIME>을 만들어 보자. 가령 이런 거다. 토요일 오후 4~7시까지는 나만의 시간이니 그때는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거나, 아이들을 블럭방에 보내거나 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에 가서 나 혼자만의 <ME TIME>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을 때려도 괜찮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봐도 된다. 단지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의 8시간은 회사에서 보내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남편과 할 일들을 하고 잠이 들면 나 혼자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항상 나만의 시간에 목이 말랐었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와서 책이라도 펼라치면 와서 말을 거는 아이들에게 다정함 보다는 짜증이 올라왔다. 이 전에 쓴 글의 맥락과 같다. (바쁘다는 건 악에 가깝다 글 참고 : https://brunch.co.kr/@clearsky86/196 )


나에겐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쉽게 화를 내게 되고 하루 종일 엄마의 품을 기다렸을 아이들을 품어 줄 충분한 그릇이 되어 주지 못했다. 평일에 하지 못한 여유로움을 주말에 의도적으로 시간을 정해 느껴보자. 몇 번 하다 보면 아이들과 남편도 엄마의 시간임을 인정하고 그날이 되면 "엄마 오늘은 안 나가?" 하고 물어보는 날이 온다. 사람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일을 할 거야' 하고 주변에 공표하는 게 참 필요하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보게 된다. 당연히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지속하다 보면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건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그 자존감은 또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엄마가 자존감이 높으면 행복해지고, 행복한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자란다. 그럼 아이들도 행복해지는 거다. 남편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그도 나를 인정하게 되니 그 시간만은 존중해 주려 한다. 남편에게도 축구라는 취미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남편의 취미생활도 불평 없이 인정하게 된다. 너는 토요일 오전에 나가고, 나는 토요일 오후 또는 일요일 오전에 나가면 되니까. 각자에게 공평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주면 누가 손해를 본다는 느낌도 없고, 서로의 시간을 더욱 존중해 주게 된다.




오늘은 내가 워킹맘인 동안 지켜왔던 소소한 루틴이 있었기에 이렇게 브런치 작가도 되었고, 지금 휴직 후 이런 루틴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주말마다 혼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간단한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들고. 그마저도 못 들고 간 날도 있었다. 그럴 땐 그냥 동기부여 유뷰트 영상을 보거나 이어폰도 못 챙겨 온 날엔 멍 때리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충전됐다. 그리고 슬슬 아이들과 남편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숙명.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내가 이걸 시작해 봐야 얼마나 오래갈까 생각이 들겠지만 이번 주부터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자.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주말에 다른 일정이 있어 건너뛰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 연연하지 말자. 그냥 그다음 주에 이어서 하면 된다. 나 자신을 믿고 한 번 해보자. 이번 한 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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