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지만 조금은 피곤한 주말을 마무리하며 주일 미사에 참석했다. 일주일을 잘 보냈든, 못 보냈든 주일 미사에 가면 신부님 강론 말씀 중 한 가지 싹을 얻어온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 그 상황에 대해 항상 관련된 강론을 해주신다. 아마 내 마음속에서 위안을 받으려고, 살아갈 힘을 내려고 그렇게 연관 지어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복음은 사마리아 인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신부님께서 한 동영상을 하나 보여 주셨다.
안현모와 이동진, 궤도님이 나오는 라플위클리라는 영상이었다. 내용인즉슨,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신학생들은 선한 사마리아 인에 대한 복음을 듣고 설교를 하기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 건물 A에서 B로 이동하는 과정에 일부러 쓰러져 있는 연기자들을 중간에 투입했다고 한다. 이때 신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에 대한 실험이었다.
일반적으로 종교가 있는 사람은 선할 거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학생들은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거다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설교까지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은 사람은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갔다고 한다. 반면, 설교까지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사람은 119에 신고를 하던지 도움을 주고 지나갔다고 한다.
결론은 시간이 있는 사람이 선할 수 있다. 바쁘다는 건 악에 가깝다는 거였다.
이 강론을 듣고 참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한 가지의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워킹맘 일 때는 정신이 없고 바빠서 아이들에게 선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주어진 의무, 일상에서 기본적으로 할 일들만 해주고 재우기 급급했다. 그런데 휴직 중인 지금은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고, 간식에도 좀 더 신경 쓰게 된다. 아이와 다정하게 대화할 수도 있다. 악보다는 선에 가까운 엄마가 되었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둘 다 맞벌이로 일할 때는 이해심이 넓지 않아 서로 악 쓰기에 바빴다.
"내가 좀 바쁘니까 네가 이것 좀 해주면 안 돼? 나도 힘들어! 저건 네가 좀 하란 말이야!"
육아, 집안일, 아이교육 등 모든 면에 있어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지금은 육아, 집안일, 아이교육을 모두 내가 전담하는데도 선이란 감정이 남아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사람을 이렇게도 선하게 만들 수 있는가.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서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바쁘다고 말만 하지만 실제로 실속 있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진정 바빴을까? 바쁘다고 말만 했지 실제로 바쁜 일은 별로 없었던 게 아닐까?
바빠서 운동을 못해, 바빠서 애들이랑 대화할 시간이 없어, 바빠서 애들 준비물을 못 챙겨줬네.. 등등.. 실제로 바빴던, 바쁘지 않았던,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시간적 여유는 사람을 '선'으로 이끄는 게 분명하다.
여유로운 사람은 아무리 건드리고 힘들게 해도 그 에너지를 받아 낼 여유가 있으므로 쉽게 폭발하거나 쉽게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요즘의 내가 그런 것처럼. 사람에게는 분명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들만의 숨 쉴 틈을 주자. 그 틈을 통해 그들은 선해질 거고, 선순환은 가족들을 모두 선하게 만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