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였어!

by 보나


자기 주도 학습법을 아시나요?


예전부터 수많은 육아서, 교육서 및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공부는 '자기 주도'가 중요하다. 공부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주도'는 필수적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키워보자 노력했지만 머리만 알 뿐, 몸은, 행동은 따라 주지 않았다.


관성대로 아이에게 학습 스케줄을 짜 주었고, 먼저 ‘구몬을 하고 영어 숙제를 이대로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당연히 아이는 공부를 하기 싫어했다. 이 세상에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내 아이는 SNS나 TV에 나오는 유니콘 같은 아이가 아니다. 엄마가 계획을 짜 주면 스스로 할 일을 척척척 해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산을 스스로 푸는 그런 아이. 그런 아이들도 분명 있긴 하다.




일단 내 아이는 유니콘 같은 아이가 아니라 매우 평범한 아이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주도'라고 해서 모든 걸 아이 스스로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자기 주도가 아님을 알야 한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은 본인 스스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 때 생겨납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다 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없다면 절대 오랜 시간 공부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공부를 왜 하는지 알고 그것이 명확할 때 공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 방종임, <자녀교육 절대공식> 중에서


그렇지만 초등 저학년인 아이들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기는 조금 어렵다. 아직 동기부여를 하기엔 이해하기도 어렵고, 스스로 목적의식이 있기 어려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엄마 주도가 기반이 된 자기 주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면서 공부습관을 잡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학생이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 이란 뜻이다. 학습을 하는 게 학생의 본분이 맞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전문가들이 연구한 과정이다. 이 과정대로는 따라갈 수 있어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도 기초지식이 부족하거나, 초등학교 시절 당연히 배웠어야 하는 내용을 잘 모르게 되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어제는 아이가 언제쯤 학습을 시작할지 기다려 보았다. 집에 와서 책도 들춰 보고, 그림도 그리고 놀면서 이런저런 행동을 한 후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도 숙제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참고 기다렸다.


갑자기 아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엄마 오늘 그래서 내가 뭐뭐 해야 해?"


‘오, 드디어 입질이 왔다. 너도 스스로 한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였구나!’


시작의 불꽃이 피어났음이 느껴졌다. 아이도 스스로 해야 함을 알고 있는 거였다. 방학이니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있었고, 그러니 스스로 학습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거다. 이대로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이상적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기 주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단,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오늘도 첫째 아이는 말한다.

“엄마 나 심심해.”

“그럼 영어숙제 하나 남은 거 할까?”

“아니, 엄마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져.”

.....


그러더니 한참을 놀다가,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그런데 영어책 어디 있어?”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무심한 듯 위치를 알려준다.

조용해져서 들어가 보니 방안에 들어가서 무려 ‘스스로’ 책상에 앉아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숙제를 하고 있다.




아이를 기다려 주는 것, 아이를 믿어주는 것. 그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몸에서 사리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믿음만이 아이를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아이의 성장을 느끼며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믿습니다. 그래서 아이도 그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부모만의 시각일 수 있어요. 믿는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방종임, <자녀교육 절대공식> 중에서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