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소한 걸로 싸우는 우리 사이

미니쿠퍼가 뭐라고

by 보나

여름휴가를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한 날이다. 남편은 4시간을 운전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열심히 수다를 떨기도 하다가, 글을 쓰기도 했다.




우리는 집에서는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차를 타면 대화를 많이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하는 대화가 어색한 걸까? 왜 서로 앞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 더 잘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이들과는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자고 다짐하는 데 남편이랑은 그게 잘 안된다.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하기도 하지만, 마주치다가 나도 모르게 째려보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오늘도 어김없이 앞을 바라보며 대화를 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미니쿠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잔고장이 많다는 말이 나왔다. 내가 출퇴근용으로 미니쿠퍼를 5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남편은 차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에 대한 불만이 항상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차량에서 경고등이 뜨기 전까지는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 없으므로 그냥 타고 다니기만 한다.

그러다가 경고등이 뜨고 난 뒤에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면 엔진 마운트를 교환해야 한다거나, 흡기, 배기 밸브 등 차량 엔진 내부를 뜯어야 하는 큰 일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내 입장에서 이 차는 잔고장이 많은 차였다.


남편 입장에서는 자동차 관리를 하지 않는 내 탓이 크다. 그래서 매번 잔소리를 하지만 나의 우선순위 안에 차량 관리가 높지 않아 서비스센터를 자주 방문하지는 못했다.




“잔고장이 많은 게 아니라 네가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 거야. 솔직히 귀찮으니까 서비스센터 안 가는 거잖아. “


“경고등이 안 뜨는데 서비스센터를 왜 가야 해? 서비스센터가 멀고 휴가까지 쓰고 가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나에겐 없었다고.”


“업무 시간에 잠깐 나가서 맡기고 집에 갈 때 찾아가면 되잖아.”


“회사 근처에는 서비스센터가 없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퇴근시간 맞춰 집에 도착하기가 어려워. 이모님 시간에 맞춰와야 하는데 그러기엔 힘들다고.”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내가 기분이 상했다. 남편은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만 주장하고 나는 나름대로 주장을 펼쳤지만 한치도 양보가 없었다. 조용해 지자 남편은 운전을 하며 내 눈치를 살피는 듯했지만, 나는 창밖만 바라보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다. 삐졌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재미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얼굴 부분이 뚫려있는 판자가 앞에 있었고 뚫려있는 부분에 사람이 얼굴을 들이밀면 한 3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물풍선을 던진다. 날씨가 너무 더운 나머지 시원한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거다. 대부분 아빠가 얼굴을 대면 앞에서 아이들을 물풍선을 던져 맞췄다.


‘남편이 저기 얼굴을 대면 시원하게 물풍선 싸다구를 날려줘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화장실에 갔다가 식당에 늦게 왔고 점심을 먹느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아쉽게도 그 이벤트가 끝나있었다. 운도 좋은 사람 같으니! 물풍선 던지기를 못해서 아쉬워하는 아이 옆에서 내가 더 아쉬웠다.


우스갯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아까 자기가 늦게 오는 바람에 물풍선 싸다구를 날려주지 못했잖아? 너무 아쉽다!!”


남편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모른 체를 했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내 마음을 표출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부부는 참 별거 아닌 일로, 시시한 일로 자주 싸운다. 싸우다 보면 이렇게 유치한 걸로 싸우고 있는 우리가 어린이 같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장난이든, 진심이든, 가볍게라도 풀고 넘어가면 다음의 대화를 이어갈 때 앙금이 사라진다. 우리는 둘 다 FM성향의 진지한 부부라 이게 잘 안 됐었다. 그런데 결혼 9년 차쯤 되니 이제는 조금씩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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