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의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를 했다. 이런 용어를 써본 적은 처음인데 친구들끼리 만나서 노는 것을 요즘 플레이 데이트 라고 한다고 한다.
단짝 친구와 첫 플레이 데이트 여서 한 달 전부터 설레어했던 우리 딸.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기뻤다. 뮤지컬을 보기로 했는데 밀릴 걸 예상하고 일찍 출발하려 했으나 예상했던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네비를 찍어보니 그래도 20분 전에는 도착하는 걸로 나와 있었다. 안심을 하고 친구 엄마에게 연락해서 "우리 지금 출발해요. 좀 이따 만나요." 했더니, 그녀는 "저희는 출발해서 가고 있는 중이에요. 조금 이따 봐요."라고 답장이 왔다.
나는 당연히 내가 더 먼저 출발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한발 더 빨랐다. 그렇지만 그녀가 동네에서 운전을 자주 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운전 실력이 미숙할 거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나야 뭐 출퇴근길을 무려 5년간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오가며 서울에서 인천까지 운전을 하고 다녔던 나니까, 서울 내에서 운전하는 것도 길만 잘 찾으면 걱정 없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친구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저희는 도착했어요. 아트홀에서 만나요."
나는 답장을 했다.
"저희도 10분 후면 도착이에요. 좀 이따 봐요."
호기롭게 문자를 보냈는데, 목적지 근처에 다다라서 길을 잘못 들었다. 시간이 5분 정도가 지체되었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자리가 없다. 공연시작 10분 전이라 일단 깜빡이를 켜고 대충 댄 후 아이와 함께 아트홀로 뛰었다. 그리고 친구 엄마를 만나 아이를 잠깐 부탁한 후 나는 티켓팅을 하러 갔다. 간신히 티켓팅을 하고 5분을 남긴 후 아이들을 공연장에 들여보냈다. 휴. 한숨 돌렸지만 내가 대충 대놓은 차를 처리해야 했다. 친구 엄마에게 사정을 말하고 뛰었다. 헐레벌떡 가보니 내 차 뒤에 또 누가 3중으로 주차를 해 놓아서 어차피 나갈 수가 없었다. 다 동일한 공연을 보러 온 사람 같아서 같은 시간에 나가겠거니, 전화 오면 바로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두고 일단 나왔다.
어찌나 마음이 떨리던지.
이 데이트를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딸아이가 요청을 해서 친구엄마에게 이야기했고 흔쾌히 허락을 하여 성사된 거였다. 그런데 내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었나 보다. 내가 제안을 했고, 주차장도 미리 알아보고 알려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있었다. 내가 운전도 더 능숙하니 미리 가서 자리잡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랬는데 그 엄마가 오히려 더 부지런했고, 서울 길도 훨씬 잘 알았다. 나보다 한 발 앞선 엄마였다.
나는 왜 내가 우월하다고 생각했을까? 단지 워킹맘과 전업맘의 차이라서 내가 길도 더 잘 알고 운전도 더 잘할 거라 생각했던 걸까?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