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기니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책 쓰기를 시작한 이유

by 보나

나는 왜 책 쓰기를 시작했을까?


예전부터 인생에서 책 한 권은 꼭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힘들었던 시절이 20대였는데 그 시절에 책을 통해 수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것 같다. 또 내 안에는 '성공'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나도 이 책 쓴 사람처럼 성공해서 ‘과거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지’, ‘성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 생각했었다.


그렇게 난 언젠가 꼭 책을 쓸 거다라는 마음을 굳게 가졌고 틈틈이 서점을 방문하는 건 내 취미였다. 책을 통해 사람이 되었고, 자기반성을 시작하였으며,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0세가 되자마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었다. 결혼 후 몇 달은 정말 행복했다.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이 되니 살도 찌고 얼굴도 편안해졌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서도 남편과의 갈등은 또다시 불안 많고 예민한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평화주의자에게 갈등이란 내 살을 깎아먹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그때 나는 다시 글쓰기, 책 쓰기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찾아 헤맸고, 어떤 책을 읽다가 한 모임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몇 년간 글을 쓰고 모임도 가지며 문우로 활동도 했다. 책을 집필해야겠다는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출간기획서만 발표해 보고 결국 책은 내지 못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2번의 출산과 육아, 복직을 반복했다. 그 사이에 육아를 하는 워킹맘의 힘듦과 처참함, 체력이 없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 남편과의 갈등, 왜 나에게는 이렇게 예민한 아이가 왔을까 하는 마음까지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응어리 한 덩어리가 박혀 있었다.


그렇지만 둘째를 낳고 복직을 한 시절은, 아이 둘을 육아하며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갔던 시절이었다. 육아가 체질일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육아 체질은 아니었다. 나 자신을 너무 많이 사랑했고 이기적인 엄마였다. 아이에게 온전히 희생하며 우리를 키웠던 친정엄마와는 딴판인 엄마였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비장한 마음으로,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며 복직을 했다. 그 뒤로 5년간은 일터에서도 나를 계발시키며 성장했고, 집에 서도 워킹맘으로서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파워 우먼으로 살았다. 정말 힘들었지만 이 시기만큼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디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내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아이 둘의 워킹맘을 한다고 해서 쓰러지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 죽을 것처럼 힘들 거 같았고,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일에서도 보람이 느껴졌고 육아에 있어서도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육아와 일의 균형이 있는 삶이구나, 나는 그런 삶을 지금 살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지만 결국 나는 '쇼윈도 엄마' 였다.


겉보기에는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한 겹만 뚫고 들어가 보면 속은 엉망이었다. 회사에서는 끝없이 들어오는 일을 쳐내지 못하고 받아내고 있었고, 집에서는 아이의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는 걸 기계적인 대답과 즉각적인 보상 등으로 막았다.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막고서 그게 끝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댐에 물이 가득 차 둑이 터져 버리고 만 거다. 번 아웃이라고 생각할 만큼 무기력이 찾아왔고, 우울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자꾸 고민이 되어 정신과에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1년 중 지금이 우울한 시기이면 또다시 올라가는 시기도 있을 거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이런 말 하면 다른 의사들이 욕하겠지만 아이들은 어릴 적 기억을 대부분 다 잊는다 라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그 말만 들어도 위안이 무척 되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병원 다니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휴직이었다.




진급과 동시에 그 해에 휴직을 해버렸다. 회사에서는 진급시켰으니 나를 매우 부려먹을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나의 40대, 내 아이의 9세, 6세는 지금뿐이라며 나 자신을 설득하여 휴직을 했다. 회사에서는 계속 다른 방법(예를 들면 유연 근무제, 육아 시간 단축 근무제 등)으로 날 설득하려 했지만 실효성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 거절했고, 위 사람들은 섭섭할 지도 모르겠지만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휴직을 했고, 나는 휴직을 하자마자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안에는 책을 꼭 내자. 그것만이 나를 증명하는 길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를 꼭 증명해야 하는 걸까?'

'나를 증명하기 위해 책을 낸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 그건 그냥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그냥 너 자신의 인생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목표달성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 같아?'


이런 생각들이 든다.




이렇게 책을 쓰는 것에 대한 ‘진심’이 뭔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진심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원고가 잘 써지지 않는다.


스스로 써보겠다고 했던 내가 의지가 약해서 글쓰기 아카데미에 등록도 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랬는데 글쓰기가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내가 쓰는 글들은 그냥 나를 위한 글인 것만 같고 타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 것 같다. 지루하고, 비루한 글을 읽고 누가 책을 내주겠는가 싶다. 자신감이 자꾸만 떨어지고 원고는 들춰보기도 싫다. 휴직기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노는 걸 나 자신이 참을 수가 없어서, 남들 눈에 그런 엄마로 보이기 싫어서, 억지로 노력하는 거 같다. 물론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이 집에만 있다 보면 늘어지고 하루 종일 누워있게 되고 기분도 가라앉기 때문에 아침에 스타벅스에 나가서 글을 쓰는 것도 있다. 5년 동안 회사생활 열심히 하면서 느낀 게, 나는 아침이 가장 가라앉고 힘든 시간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어느 곳에 가서(공간을 바꾸어서) 무언가를 해야 그 에너지를 잘 넘길 수 있다는 거였다.


결론은, 나는 살기 위해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는 거였다. 그리고 간 김에 글을 쓰는 거였고 그렇게 쓴 글이 지금 72개가 된다.


진심이 담기고, 진심으로 책을 쓰려하니 더 글이 안 써지는 아이러니함.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결론은 무지성일지언정, 몸의 움직임에 맡겨서 그곳에 가서 그 자리에 앉아 평소와 같은 행동(루틴)을 하는 것뿐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