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마다 듣는 강의가 있다. 브런치에서는 '글장이'님이시고,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이은대 작가님이 진행하는 책 쓰기 강의이다. 매주 강의를 들을 때마다 가슴에 쿵 하는 울림과 함께 진정성이 느껴지는 강의다. 강의 시작 전에 해주시는 말씀들과 마지막에 해 주시는 미니특강이 특히 인상적인데, 어제는 강의 시작 전 인트로에서부터 마음이 먹먹해졌다.
요즘 밤에 웹툰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다가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서 늦게 자게 되고 다음날 피곤한 나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오늘은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잠들어야지' 다짐했지만 결국 그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피곤한 상태로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고 그 상태로 오전 강의를 듣다 보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졸린 와중에도 눈이 번쩍 뜨인 건, 작가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이 전부 다 나를 향한 말 같아서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뒤 2번째 브런치 북 연재를 시작했고, 매일의 깨달음은 매일 쓰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었다.
<매일의 깨달음>은 '적어도 66일까지는 매일 쓰고, 그걸 성공한 뒤에는 100일까지 써보자' 며 스스로의 습관 장착과 함께 매일의 깨달음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매거진이다. <워킹맘에서 백수다 되다> 브런치 북은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워킹맘들에게 휴직을 하면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은 안 좋고 이런 점이 좋다 를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랬는데 지난주 매일의 깨달음은 며칠을 내리 쉬었고, 브런치 북은 매주 1회 연재인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알면서도 미루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을 때의 한심함, 그리고 무기력감이란. 금요일 밤 12시까지 30분도 채 안 남았음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내가 오늘 하루쯤 안 쓴다고 해서 누가 알까? 내 브런치 북 보는 사람이 있긴 할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는 걸까? 하며 확신이 없었다.
그런 마음 상태로 있다가 수요일 오전 이은대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는 뜨끔했다. 내가 무언가를 매일매일 하다가 어느 날인가 하루 못 지켰을 때 사람들은 '내가 그렇지 뭐',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겠어, 역시 안되는구나' 하며 좌절하고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다시 하면 되는 거라고 하셨다. 만약 10년을 매일 글쓰기를 한다면 그중에 30일 정도는 안 쓴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10년을 봤을 때 안 쓴 날이 고작 30일뿐이라면 그건 매일 쓴 거나 다름없다고.
작가님의 말씀은 인생을 길게 보면 결국 하나의 지금 이 순간도 하나의 점이고, 그 점들 중 하나를 찍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 내가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작심삼일로 끝난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이제 점 3개 찍었을 뿐인데 하루, 이틀 못 찍으면 좀 어때 또 계속 찍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모양이 되겠지' 하며 무던하게 넘기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다시 내가 원하는 '그 일'을 지속하면 좋겠다.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하며 행하고 있다. 나야말로 예전에는 그 누구보다 의지박약에 실천이 뭔지 조차 모르고 미루기만 하는 형편없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공상만 하고 이루기 위한 한 발자국조차 내딛은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 한 발자국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핑계만 대던 사람. 그런 사람이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매일의 깨달음은 60일간 무려 매일 쓰는 데에 성공했다. 그 이후로는 하루, 이틀씩 빠진 날도 있지만 여전히 꾸준히 쓰고 있다. 첫 번째 브런치북은 1회 제외하고 모든 주에 맞춰 글을 썼고, 두 번째 브런치북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은 우울해서, 어느 날은 무기력해서, 어느 날은 몸이 안 좋아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감정의 동물이고 기계와 같이 감정이, 몸이, 항상 안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그 기간이 며칠이 되었든 간에 툭툭 털고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된다. 패배감이 젖어있는 게 더 해롭다.
'늦더라도 하는 게 낫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 누군가 메일의 마지막에 달아놓았던 저 문구를 본 이후로 내 업무 스타일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아 너무 늦었네' 그냥 포기해야겠다가 일상이었던 내가, '아 늦더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하니까 지금이라도 해볼까?' 하며 하나씩 하게 되었다. 신기한 사실은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던 때가 늦은 게 아니었다는 거다. 조급증이 있어서 항상 마음만 종종 거리고 바쁜 나날을 보내며 걱정만 했었다. 실천을 안 한 거였지, 늦은 게 아니었던 거다. 내가 '늦었다'라고 생각했던 시기는 결과적으로 적당한 때였고 늦었다 생각했을 때 '시작'을 했더니 적당한 시점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실제로 그 시점이 늦은 시점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늦은 일이란 없다. 자신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떤가.
두려움이란 대개 경험하기 이전에 느끼는 심적 경향에 불과한 것이 틀림없다. 비행 내내 나는 하늘 아래에 펼쳐진 세계에 경외를 느꼈다.
-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