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짜증과 숙제의 상관관계

by 보나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첫째 딸이 하교 후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기로 했다.

딸이 하교한 후 딸 친구와 엄마, 그리고 나와 우리 딸 넷이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약속한 대로 엄마들은 태블릿을 챙겨 와서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앱을 열고 각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친구가 쓰는 앱이 딸아이와 쓰는 앱과 다른 앱이었는데 우리 딸은 그 앱을 보고 본인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동일한 앱을 깔고 난 뒤 원하는 캐릭터를 검색하여 불러오기를 했다. 그걸 하는 와중에, 원하는 이미지를 검색하고 이미지를 캡처하여 그림 앱으로 불러와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엄마도 처음이고 딸도 처음인 앱이니 모르는 게 당연한데, 아이에게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하고 납득되지 않았나 보다.


"엄마!! 아 그게 아니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갑자기 큰 소리로 짜증을 내는 딸내미. 당황스러웠다.

친구 엄마도 옆에 있었는데 민망했다. 화가 올라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괜찮으니 짜증 내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카페에 있는 동안 듀오링고의 친구추가가 안된다고 화를 내고, 친구에게 자신이 친구추가를 수락해야지 왜 안하냐며 조금 큰 소리를 말하는 등 몇 번의 위기가 더 있었다.


그리고 주말이 왔다. 원래 계획대로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캠핑을 가기로 했었고 서울 근교의 캠핑장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아이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갑자기 짜증을 냈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 며칠 사이 유난히 짜증이 심해진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나에게 말한다.


"엄마 난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엄마가 꼭 같이 있어야 해."


그 캠핑장에서는 체험학습이 있었는데 체험학습 장소로 이동할 때도 꼭 엄마와 함께 가야 한다고 하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놀이터로 이동하는데도 엄마가 옆에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9세. 평소에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밖에 나와서 화장실 가는 건 원래 예민해하는 아이여서 화장실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다른 장소에 갈 때도 이런다니 '도대체 얘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아이를 첫째를 등교시키고 둘째의 등원 준비를 위해 잠시 튼 EBS에서 최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영유아클래스 e'라는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는데 오늘의 주제가 '조기 사교육이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님이 나와서 강의를 하셨는데 평소에도 생각은 하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특별히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편도체는 불안을 관장하고 곳이고 이 편도체를 관리하는 곳이 전두엽인데 이곳에 과다한 자극을 주게 되면, 불안이 높아지고 공포심 등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숙제를 하거나 할 때 "빨리 좀 해" 하고 압박을 주는 행동이 가장 좋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내용인데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을 듣고 싶은 분은 EBS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TV | 전 국민의 평생학교 EBS)


요즘 연산숙제를 느리게 하는 아이를 보면서 빨리 하라고 압박하는 건 기본이었고, 어제저녁만 해도 엄마와 아빠가 모두 딸의 숙제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멍 때리고 있고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제발 빨리 좀 해." 하고 어르고 달래다가 나중에는 거의 협박을 하는 냥 목소리가 커지고 말투가 달라졌었다. "빨리 안 하면 네가 하고 싶은 놀이를 못하잖아." 하면서 압박을 했고 이런 내 모습을 보던 아빠는 옆에서 추가로 거들었다.


"너 자꾸 다른 생각하고 숙제 안 하면 (.........)"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잔소리가 합쳐져서 아이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부모인 이상, 아이가 해야 할 기본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하도록 독려해 줘야 함이 맞다. 그 방법이 강제적이거나 목소리가 커지거나 혼내듯이 하면 안 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육아의 이론과 실제는 별개이듯이 이론대로 아이를 키우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고 지향점을 두고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런 식으로 몇 주간 압박을 받아온 아이의 뇌에서 편도체와 전두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아이가 짜증이 갑자기 많아진 걸까?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 스트레스는 주었지만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영유아클래스e'의 김붕년 교수님께서 이런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법을 소개해 주셨다.


첫 번째, 엄마와 함께 배를 부풀리며 복식호흡 하기.

복식호흡을 하면 자율신경계가 잘 동작하게 된다고 한다.


두 번째, 스트레스받아서 경직되어 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기. 엄마와 함께 잠자리에서 얼굴 찡그렸다가 풀기 놀이, 손을 맞잡고 있다가 탁 놓아주면서 뒤로 넘어지는 놀이하기.


몸놀이를 같이 하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첫째는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라 나와 함께 장난치는 걸 참 좋아라 한다. 오늘 저녁때 당장 해보자 마음먹으며 옆에 있던 둘째에게 말했다.


"둘째야, 오늘 저녁때 언니랑 같이 우리 저거 하자."

"그래. 근데 엄마 또 까먹는 거 아니지?"


ㅎㅎㅎㅎㅎ귀여운 둘째는 또 엄마가 깜빡할 까봐 걱정해 준다.




짜증이 부쩍 많아진 첫째에게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알려주며, 학원이 힘들다고 하면 조정도 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사실 1학년 때도 힘들다고 해서 학원을 두 달간 쉰 적이 있었고, 2학년인 지금은 아이가 주 5일 간 방과 후를 하는 게 힘들다고 해서 웬만한 건 빼고 일찍 하교 후 집에 와서 쉬는 시간을 많이 주었다. 덕분에 틈틈이 있는 시간들 사이사이에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거나 쉬며 보내는 경험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연산이 좀 어려워지고 양이 늘어났으며 영어학원에서 단어시험을 100점 맞고 싶어 하는 (엄마의) 욕심과 본인의 원함으로 인해 조금 압박이 가해졌던 건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조정의 시기가 왔나 싶다.


누군가는 교육에 있어서 아이에게 습관을 잡는 게 중요하므로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라고 말한다. 공부는 하고 싶어서 하는 아이는 거의 없으므로 억지로라도 시켜서 습관을 잡아주어야 나중에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 큰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들이 성적이 나오지 않고 공부하기가 어려워서 "어렸을 때 나를 때려서 라도 공부시켰어야지. 왜 안 시켰어."라고 되려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이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님이 분명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고, 일관성과 유연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아이의 정서든 뭐든 어느 정도는 흐린 눈을 하고 과제를 완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근데 그러다 보면 아이의 마음이 다치겠지? 9세밖에 되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 벌써부터 다치면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마음이 계속 다치기만 하다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뇌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인데 아이에게 압박을 계속 가해서 제대로 하게 만들면 그게 맞는 걸까? 뇌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행하게 하면 겉보기에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속으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된다.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다. 마음이 있고 생각과 정신이 있는 사람이다.

뇌가 다 자란 성인들도 기계처럼 일만 하고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정신병이 오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건 가혹한 일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것, 그리고 유연성을 가지는 것과 아이들을 오냐오냐 하는 건 다르다. 미묘하게 다르기도 해서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 본다면 저건 그냥 아이들을 '오냐오냐'하는 거지 그게 무슨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는 거야라고 할 수도 있다.


무던한 부모라면 섬세한 아이의 이런 감정선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예민한 엄마고, 딸도 섬세한 아이라서 섬세함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인다면, 딸의 힘듦이 와닿는 다면 엄마가 아니면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그걸 알아주고 이해해 주며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엄마의 역할인데. 지금 그걸 안 하려 하면 아이는 어떤 어른을 믿고 의지하며 마음껏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약조절은 어렵다. 적당한 밀당. 이건 연인관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건 또 다른 일이니.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난관들을 거치고, 부부 사이에서도 수많은 갈등을 겪으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오늘도 글을 쓰고 나니 나에겐 사랑이 먼저다.


딸, 우리 천천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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