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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또 스벅카드를 충전했다

자동충전?

by 보나


스타벅스 앱에 들어가서 보니 스벅카드 잔액이 2,700원 남아있다. 충전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일단 선물함에 들어가서 나에게 남아있는 기프티콘이 있는지 살펴본다. 최근에 받은 건 다 써버려서 없다.

그럼 남편이 준 게 있는지 갤러리에 들어가 또 살펴본다. 역시 다 써버려서 없다.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씨가 말랐다. 결국 신용카드를 꺼내 들고 카운터로 향한다. 주문을 하며 스벅 버디분께 이야기한다.


"남아있는 2,700원 사용해 주시고 나머지 금액은 스벅카드 충전해서 결제할게요."


50,000원 결제 문자가 온다. 아, 이럴 거면 그냥 자동충전 유지하지 왜 취소했냐.


사실 몇 주전 스타벅스의 잔액이 일정금액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50,000원씩 충전하는 시스템을 신청했었다. 이상하게도 자동충전을 신청하자마자 스벅에 자주 안 오게 되었다. 다른 카페에 호기심이 생긴다던지, 아니면 그날따라 비가 와서 집에 있고 싶다던지 하는 사소한 우연들이 겹쳐서 자동 충전한 것을 후회하게끔 만들었달까.


결국 자동충전을 취소해 버렸다. 자동충전을 신청하면 주는 1+1 쿠폰만 받고 입을 쓱-

(자동충전을 신청했다가 추후에 취소해도 쿠폰은 취소되지 않더라.)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간사하다. 아니면 내 심리만 간사할 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하겠다', '해내겠다'라고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더 안 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오히려 단호한 의지가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 일을 시작하면 더 오래 지속하게 된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게 되면 마음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부담감을 안은 채로 무언가를 시작하면 내 마음이 무거워져서 시작도 못하게 되거나, 시작해도 며칠을 못 가 그만두게 된다. 이렇다 보니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남들 모르게, 몰래 시작하는 것이 더 오래간다. '나는 이제부터 글을 쓸 거야',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할 거야' 하고 공표하고 시작하면 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냥' 시작하면 오히려 오랫동안 잔잔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향인이라 그런 걸까? 숨어서 하는 게 좋고, 혼자서 조용히 무언가를 하는 게 좋다. 일도 혼자서 처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일은 협업이 필수이므로 사회생활을 할 때는 내향인이 가지고 있는 외향성을 최대한 끌어내어 아닌 척하며 같이 일한다.


나를 속이며 산다.


결국 충전을 하게 될 거지만, 그럴 바엔 자동충전이 이득이지만 하지 않는다. 자동충전을 하게 되는 순간, 얽매이는 것 같고 여기에만 와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어서 일까. 운동도 6개월을 결제하면 훨씬 싼 걸 알지만 3개월씩만 결제한다. 아이의 화상영어 교육비도 6개월로 하면 저렴하고 무료 수강권까지 주지만 3개월만 결제한다.


결국 나는 오늘 또 스벅카드를 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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