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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도 글을 쓰는 게 맞을까?

by 보나


누구에게나 기분이 안 좋고 슬픈 날이 있을 수 있다. 살다 보면 인생의 곡선은 올라가다가도 내려오곤 하니까.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도 공개적인 플랫폼에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곤 한다. 내 일기장이 아닌 공식적으로 다른 독자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 곳인 브런치에.


이곳에서, 오롯이 내가 힘들다고 해서 그 힘듦을 표출해도 되는 것일까?

기분이 안 좋을 때도 글을 쓰는 게 맞을까?




개인적인 입장으로 봤을 땐, 기분이 안 좋을 땐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는 건 내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어릴 적, 친구들이 나를 놀렸거나, 나에게 심한 말을 했거나, 부모님과의 말싸움이 있었을 때 등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열쇠가 달린 나만의 일기장에 비밀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나? 나는 있다. 나에겐 조금만 힘을 주어도 금방 열릴 것처럼 생긴 아주 작은 자물쇠와 그 보다 더 작은 열쇠가 달린 아기자기한 일기장이 몇 권은 있었다. 학창 시절 비밀 연애를 할 때도, 연애를 하다가 슬플 때도, 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부모님이 미울 때도 그 일기장에 내 마음을 담아 썼었다. 그렇게 일기를 쓰고 나면 내 감정이 어디로 사라진 듯 차분해지거나 그 뒤로는 그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않게 되었다. 일기를 씀으로써 내 안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분출되었다고 해야 할까.


공적인 입장으로 보면, 기분이 안 좋을 때 공식적인 플랫폼에 글을 함부로 발행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


날것의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와 일기장에 욕을 휘갈겨 쓴 것과 다름없다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글 자체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고,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내 감정의 쓰레기통과 같은 곳으로 브런치를 애용해선 안되지 않을까? 나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내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를 염두에 두며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 기분이 안 좋을 때 쓴 글들은 작가의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1차로 날것의 감정들이 모여 있고, 나중에 다시 한번 그 글을 읽게 된다면 날 것의 감정에 조금 더 객관화된 글을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모아 두었다.




결론은, 기분이 안 좋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맑고 화창한 날에도, 브런치에 글을 쓰세요. 발행하지 못하면 작가의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두세요. 그것만으로도 내 감정은 어딘가로 사라져서 나를 더 가볍게 해 준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의 파동들이 잔잔해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기 객관화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086 우리는 인생을 배우는 중이다

자신을 탐구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은 불필요한 도덕적 굴레에서 자유로워진다. 실수조차도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 실수했지만, 그래도 배울 게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세상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의 <위버멘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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