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시간의 중요성
긴 연휴가 끝났다. 이번 추석 명절은 연휴도 길고 추석 명절 뒤로 빨간 날이 많았던 덕에 여유롭게 쉴 수 있던 연휴였다. 빨간 날이 길어도 추석 앞쪽으로 빨간 날이 붙어 있는 것보다는 뒤쪽으로 붙어 있는 게 훨씬 여유로울 수 있음을 느꼈다.
명절의 과업인 '시댁에 내려갔다 오기'를 홀가분하게 끝내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와 맞는 일상은 평화롭게 느껴졌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숙제에 치이지 않으며, 동생과 싸우지 않으며, 짜증도 안 부리고 여유롭게, 쉬멍 놀멍 보내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이쯤에서 다시 보니 첫째에게는 역시 여유와 기다려줌이 생명이구나를 다시 느낀다.
평소라면 쉬는 날 첫째에게 나와 남편은 둘 다 입이 쉬질 않았을 거다.
"첫째야, 그런 위험한 행동 하지 말랬지. 첫째야 동생에게 그런 나쁜 말 쓰면 어떻게 해! 첫째야, 그렇게 짜증내면 안돼!" 등등...
첫째야, 첫째야, 첫째야.. 아마 첫째의 이름만 계속 부르며 잘못된 점들을 계속 지적했을 우리였다.
이번 명절에는 서로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들을 잘 안 했다. 아마 디지털 디톡스의 영향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디지털 디톡스가 되니, 아이의 뇌가 깨끗해진 건지 일단 짜증이 확 줄었다. 그리고 사촌언니들과 몸놀이도 하고 러닝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니 밤에도 잠을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숙제를 하고 노는 습관도 장착되었다. 이렇다 보니 잔소리할 일이 줄어든 건 당연지사.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글을 보시려면? [브런치북] 워킹맘에서 백수가 되다 중 : 21화 디지털 디톡스(1) )
본인에게 오는 잔소리도 줄고 언니들과도 재미있게 노는 시간이 많으니 동생에게도 여유를 가지고 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가끔 과격하게 행동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모두 너의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시간에 쫓기지 않게 하기로 해 놓고, 매일 시간에 쫓기는 엄마였고,
할 일은 산더미로 쌓아놓고는 아이에게 할 일 얼른 다 하고 "빨리 자"라고 말만 했던 엄마였다.
우선순위를 잠으로 정할 거면 확실히 정해야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빠르게 한 다음에 빨리 자자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고작 9세의 아이에게 어른도 하기 어려운 시간관리를 하라고 한 거니 나는 참 아직도 멀었다.
어제는 아이가 모든 일들을 여유롭게 끝내놓은 덕분에, 취침시간을 일찍 당길 수 있었다. 딱 9시까지만 놀고 씻고 잠자리 독서를 한 후 바로 잠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씻고 잠자리에 누우니 9시 30분이었다. 그 상태로 독서를 30분 한 후 불을 껐더니 첫째는 5분 내로 잠이 들었다. 누우면 참 잠을 잘 자는 첫째.
오늘 아침에 내가 일어나라고 하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다. 평소에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비몽사몽 힘들어하던 아이와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 물론 명절 연휴가 길었고 충분히 쉬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에게 여유를 선사했던 게 크지 않았을까?
이제부터 첫째의 가장 중요한 루틴은 무조건 9시에 잠자러 들어가는 것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본다.
숙제나 공부 등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침시간에 기분 좋게 등교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한다. 엄마의 욕심 때문에, 남들 정도는 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아이는 본인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을 소화하며 잠까지 줄여가며 힘들었을 거다. 이제는 무엇보다 더 아이의 잠에 집중해 보려 한다.
그것만이 매일 아침을 너와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